• 검색

[백산수 신공장을 가다] ②100만평 내주고 얻은 '황금부지'

  • 2015.10.22(목) 10:27

中정부가 넘겨준 '특별한' 철도, 농심 '물류비 절감' 기대
전체 직원 110명뿐, 2000억 들여 최신설비 들여와

▲ 농심은 총 2000억원을 들여 백산수 신공장을 완공했다. 에비앙에 보틀링 설비를 공급한 독일 크로네스사를 비롯해 미국 허스키사 등이 제작한 최신 설비가 공장을 채우고 있다.

 

[중국 옌볜(延邊,연변) = 이학선 기자] 백산수 신공장 부지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현재 신공장은 '지린(吉林,길림)성 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안도)현'에 속해 있다. 원래 이 땅은 중국이 백두산 관리와 개발을 위해 만든 조직인 '장백산관리위원회' 소유의 부지였다. 조선족자치주는 장백산관리위원회에 자신의 땅 100만평을 내줄테니 농심 신공장이 들어설 인근 부지 40만평을 넘겨달라고 제안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백산수로 막대한 세원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다.

농심으로서도 지금의 신공장 부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부지 자체가 안도현 중심가에 있는데다 특히 공장 안까지 들어오는 철도가 매력적이었다. 신공장 안의 철도는 원래 목재운반을 위해 깔아놓은 것이었으나 농심은 인근 바이허(白河,백하)역에서 신공장까지 연결된 총 1.7㎞ 구간의 철도운영권을 중국 정부로부터 180억원에 사들였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국가기간시설인 철도를 민간기업이 사실상 소유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농심은 그간 트럭을 이용해 다롄(大連,대련)이나 베이징(北京,북경) 등에 백산수를 공급해왔다. 이를 철도로 대체하면 지금의 물류비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또 다롄에서 배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도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거쳐 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육지와 해상을 거쳐 총 1650㎞에 달하는 운반거리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다.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는 "백산수 사업의 큰 리스크인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가 백산수의 물류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농심은 철도를 이용하면 백산수의 물류비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경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공장 안으로 들어온 철도

지난 2년간 농심이 백산수 신공장에 투자한 돈은 2000억원에 달한다. 생수생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틀링(물을 병에 담는 것) 설비는 에비앙, 피지워터 등 세계적 음료회사에 생산설비를 공급한 독일 '크로네스(Krones)'사로부터 들여왔다. 페트병 사출설비는 세계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미국 '허스키(Husky)'사에 제작을 맡겼다. 농심은 내두천의 물을 백산수 신공장으로 끌어올 때 사용하는 송수관도 일반적인 알루미늄 배관(SUS304)보다 내식성이 강한 제품(SUS316)을 골랐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생수 브랜드와 견줘 손색이 없는 생산설비"라고 말했다.

새로 지은 건물답게 공장 안은 넓고 쾌적했다. 하지만 생산설비가 놓여진 공간은 1층 바닥면적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했다. 신공장은 현재 2개의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며, 나머지 3개의 생산라인은 오는 2017년까지 들여놓을 계획이다. 농심은 미리 설비확대를 염두에 두고 공장을 설계했다. 이 곳의 생산라인 5개가 모두 가동되면 백산수 연간 생산량은 200만톤을 넘어서게 된다. 글로벌 생수 1위 브랜드인 에비앙에 버금가는 규모다. 농심은 신공장 바로 옆에 생산라인 5개를 갖춘 별도의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에 더해 여차하면 물량으로 에비앙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 백산수 신공장에선 수원지에서 출발한 물이 생수병에 담겨 물류창고에 적재, 출고되는 모든 과정이 최첨단 설비에 의해 이뤄진다. 농심 직원이 신공장 중앙통제실에서 이러한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2천억 들인 생산시설, 에비앙 '정조준'

연면적  8만4000㎡의 공장이지만 모든 설비가 자동화돼있어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농심 관계자는 "페트병 용기를 제작해 물을 담고 포장을 마치기까지 6명이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고 말했다. 농심에 따르면 백산수 신공장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은 1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고용창출 효과가 제로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더 많은 세금으로 보답하겠다"며 웃었다.

중국에서 백산수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농심측은 옌볜 지역 생수시장의 60%는 백산수가 장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공장 자체도 지역사회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농심은 백산수 신공장을 백두산과 연계한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과장 섞인 얘기 같지만 지린(길림)성 현지에선 신공장 주변 땅값이 2년전에 비해 20배 이상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

 

안 대표는 "물 하나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신있다는 마음으로 생산하고 있다. 유럽인에게 에비앙이 있듯 아시아인에게는 백산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백산수 신공장을 가다] ①천지의 물이 '내두천'으로 기사로 연결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