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22일 문 여는 쉐이크 쉑 강남점 [사진 = SPC 제공] |
'제빵왕'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은 2011년 무작정 미국 쉐이크 쉑 본사를 찾아갔다. 출장 때 먹은 쉐이크 쉑 햄버거에 매료돼서다. 랜디 가루티 쉐이크 쉑 대표이사는 "한국에 매장을 열고 싶다"는 허 실장을 처음보고 '미쳤다(Crazy)'고 생각했다. 미국 쉐이크 쉑 매장이 10개가 채 안되던 시절, 처음 들어본 한국기업의 제안에 어리둥절한 것이다.
그 뒤로 국내에 쉐이크 쉑 매장이 들어서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19일 SPC그룹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쉐이크 쉑 1호점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그간 30여개 국내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쉐이크 쉑은 최종 사업 파트너로 SPC를 선택했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의 70년 제빵 노하우를 높이 샀다. 여기에 2011년부터 미국을 찾은 허 실장의 열의도 한몫 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외부 노출을 꺼려오던 허 실장은 전면에 나섰다. 허 실장은 "5년 전 쉐이크 쉑 뉴욕 매장을 찾았을 때 햄버거 맛과 직원들의 환대에 매료됐다"며 "5년간 쉐이크 쉑 브랜드 도입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는 "2011년부터 허 실장이 혼자 공을 많이 들인 브랜드다"고 설명했다.
▲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 [사진 = SPC 제공] |
일명 쉑쉑 버거로 불리는 쉐이크 쉑은 줄서서 먹는 햄버거로 유명하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최고급 소고기를 사용해 맥도널드에 길들여진 저렴한 햄버거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04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공원에 처음 문을 연 뒤 현재 미국(58개)과 영국(4개), 일본(2개) 등 전세계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문을 연 강남점은 98번째 매장이다. 2015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정도로 사세가 확장됐다.
쉐이크 쉑은 패스트푸드가 아닌 파인캐주얼(Fine Casual, 합리적 가격대 레스토랑)을 목표로 한다. 최상급 소고기 품종인 앵거스 비프(Angus Beef)를 사용하고, 와인과 수제맥주를 파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스트푸드 햄버거와 달리 콜라와 감자튀김이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도 팔지 않는다. 대신 가격은 페스트푸드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대표 메뉴인 쉑버거는 6900원이고, 스모크 쉑(8900원)과 슈롬버거(9400원) 가격은 1만원에 가깝다.
국내에도 깐깐한 햄버거 맛은 그대로 유지된다. 소고기는 미국에서 직접 들여오고, 야채와 토마토는 국내에서 계약 재배를 통해 공급받는다. 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양조업체인 '맥파이브루잉컴퍼니'와 '더 핸드 앤 몰트'만을 판다. 레시피도 미국 그대로 도입됐다. '국내 소비자 입맛에 짜지 않냐'는 SPC측의 요구도 있었지만, 쉐이크 쉑은 레시피를 바꾸지 않았다.
▲ 19일 쉐이크 쉑 강남점에서 점원이 햄버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SPC] |
쉐이크 쉑은 2025년까지 국내에 25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쉐이크 쉑은 현재 미국에서 58개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매장 확장에 보수적이다. 하지만 햄버거가 간단히 한 끼 때우는 패스트푸드에서 1시간 줄을 서 먹는 메뉴로 분위기가 바뀌며 국내 햄버거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햄버거 시장은 최근 정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롯데리아는 2013년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1조1000억원대에 갇혀있고, 맥도날드도 과거 고속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쉐이크 쉑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 기존 햄버거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