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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무한도전]⑮ "1기업 1신약 돕겠다. 함께하자"

  • 2017.12.18(월) 09:00

홍성현 경기바이오센터 연구협력팀장 인터뷰
후보물질 탐색부터 효능실험까지 '단계별 지원'
"동물실험·스타트업캠퍼스로 지원 확대할 것"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건 소위 '잭팟'에 비유된다. 글로벌 신약 하나로 벤처사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제약·바이오업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예상하기 어려운 실패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힌다. 기획시리즈 '신약 무한도전'은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찬찬히 점검했다. 마지막으로 신약개발의 든든한 지원자인 연구지원기관을 찾아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오랜 연구개발 노력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방아쇠를 당긴건 2013년 셀트리온의 램시마 유럽 판매허가, 이어 2015년 한미약품의 퀀텀프로젝트 기술수출이다. 기획시리즈 [신약 무한도전]을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제약사 관계자들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국산신약 배출이 있기까지 숨은 공신이 있다"고 귀띔해 찾아갔다. 

주인공은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위치한 경기바이오센터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이곳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바이오센터는 2005년 설립됐다.

경기바이오센터에서 제약사와 경기도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홍성현 경기바이오센터 연구협력팀장(사진)을 만났다. 홍 팀장은 유전공학 박사로 제약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센터에 들어와 연구진의 시각에서 연구협력을 제공하고 관련 고충을 모아 센터사업과 경기도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사업은 그 사업을 기획한 창업자가 가장 잘 압니다. 지원기관은 끌어가려 하기 보다 창업자가 이를 상업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금과 설비, 기술 등을 핀셋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센터는 직원 대부분이 실무 경험을 지닌 석·박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구자의 시각에서 지원을 제공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기바이오센터 지원사업을 높게 평가하는 바이오제약기업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홍 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신약개발이 성공하려면 연구자를 믿고 재량권을 과감하게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홍 팀장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업 지원이 IT 등 다른 산업군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달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센터의 주요 역할은 인프라를 구축해 합성·바이오·천연물 전 분야에 걸쳐 의약품 시생산을 지원하고,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유효물질과 천연생물자원을 발굴해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과 스크리닝단계부터 검증, 전임상, 임상의 과정을 거쳐 상용화하는데, 개발단계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같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식의 서비스에 경기바이오센터를 찾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많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720여개 기업이 경기바이오센터에서 인프라를 이용했다. 지원건수로는 총 30만2204건. 여기에는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한올바이오파마, 동국제약 등 대형사도 포함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의 80%가 경기도에 둥지를 두고 있을 정도로 경기도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첨병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본사를 서울에 두고 연구기지를 경기도에, 생산기지를 인천시에 둔 제약기업이 많다. 

경기바이오센터는 50여명의 전공 연구 인력을 토대로 특허 등 지식재산권 101건을 출원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렇게 등록시킨 지식재산권은 평가를 거쳐 원하는 기업에게 기술이전한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0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는데, 현재 CJ헬스케어가 개발중인 천연물 통풍치료제도 이 가운데 하나다.

▲ 경기바이오센터는 지하1층~지상3층으로 구성된 공동장비 및 지원시설, 4~6층 연구시설, 7~15층 기업입주시설로 꾸려져 있다.사진/경기바이오센터

"경기바이오센터 기업입주시설 6000~7000평의 공간에는 24개의 제약·바이오기업이 들어와 있습니다. 한곳이 나가면 다른 곳으로 금세 채워져 연평균 26개 수준을 유지합니다. 대원제약과 안국약품처럼 이곳에서 잘돼 독자적인 연구소를 차려서 나간 기업들도 많습니다. 연구시설을 채운 첨단장비 가동률은 70% 가까이 됩니다. 50%대인 민간기업 평균과 비교해 높은 편입니다."

경기바이오센터는 2005년 공사 당시 연구실 전용으로 전체를 디자인한 국내 첫 건물이다. 아파트형 공장 등과 비교해 실험실 레이아웃이 자유로워 연구에 최적화돼 있다. 각각 3층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6층은 천연물의약품을 동물실험 전 단계까지 개발하는데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센터에는 제약사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하기에는 값비싼 244종의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다. 고분자 정성분석 등에 쓰이는 6억원대 말디토프(MALDI-TOF)를 비롯해 화합물의 분자량 분석장비(UPLC-MS), 분자단위의 천연물·합성화합물 구조해석장비(400MHz FT-NMR) 등 주요 장비값만 185억원을 호가한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데 이용되는 20만개 화합물 은행(라이브러리)과 초고속 약효검색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센터에서 효능실험을 넘어 독성실험(동물실험)까지 가능하도록 GLP시설을 구축중에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실사를 최근 마쳤습니다. 이와 함께 5500평대 옛 황우석센터 부지에 '바이오 스타트업캠퍼스'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사업타당성 연구가 끝나면 후년쯤에는 구축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팀장은 "국내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나서기 시작한게 2000년도 초반으로, 벌써 20년 가까이 돼간다"며 "경기바이오센터에서 일하면서 신약개발에 몰두하는 많은 연구진과 오너들을 만나왔다. 이제야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1기업, 1신약을 모토로 지원하고 있고 이에 동의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은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돈과 시간이 빚어내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고령화·4차산업시대를 맞아 산업적인 가치와 성장성이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의 기술력은 미국과 비교해 평균 4.5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 기업 홀로 수행하기에는 리스크가 커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경기바이오센터는 오늘도 바이오제약기업과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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