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오너 3세 강정석 회장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친 강신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지 1년만이자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 2년만이다.
강 회장은 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불법 리베이트 사건 관련 송사에 휘말렸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옛 동아제약) 부산 지역 영업망에서 수년 전 벌어진 리베이트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되면서다.
검찰은 당시 동아제약의 영업본부장과 부사장을 지낸 강 회장을 정점에 놓고 동아제약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왔다. 같은 사건으로 이미 전현직 임직원 30여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동아제약그룹은 수장에게 내려진 이번 중형 선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심 2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만큼 강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년째 계속된 수사 '과잉' 논란도
검찰이 동아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수사에 나선 건 2016년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동아제약이 부산 지역 의약품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그해 5월과 7월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듬해 1월 강 회장이 그룹 총괄 회장에 오르면서 수사 강도는 더 세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강 회장을 사건 정점에 놓고 지난해 3월 검사 4명과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단을 꾸려 동아제약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수사망을 전방위적으로 넓혀 왔다.
검찰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그룹과 강 회장의 자금 흐름 등을 살피기 위해 4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압수수색하는가 하면 6월에는 수년 전 동아제약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까지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검찰을 압수수색하는' 진기록을 남기면서 '과잉 수사'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약가 인하에 오너 실형까지 '설상가상'
회사에선 임직원들의 불만이 여기 저기서 새어나왔다. 서울로 파견나온 대규모 수사단의 이른바 '출퇴근 수사'가 2주 넘게 진행되고, 압수된 휴대폰을 한달 넘게 돌려받지 못한 직원들이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초기 6명을 시작으로 확대된 구속 수사는 1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총 37명의 동아제약 임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사원급 11명, 팀장급 16명, 지점장급 10명 등 광범위한 기소가 이뤄졌다. 이 와중에 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된 동아제약 의약품 142개 품목에 대한 약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설상가상의 고초가 수개월째 계속됐다.
강 회장은 수사 막바지인 지난해 6월 말 소환 조사를 받고, 8월 구속됐다. 이후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경영 쇄신에 나섰지만 4차례나 미뤄진 후 열린 1심 선고 공판(12일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자체 쇄신 적극 추진…"2심 기대"
201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동아제약 그룹은 각 사별 전문경영인을 두고 독립 경영을 맡기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지난 1년여 기간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단행해 강 회장 부재에 따른 타격은 상당 부분 완충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은 지난 1년여 동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가 하면 최고경영진을 외부에서 영입, 투명성 제고에 힘써 왔다. 이 과정에서 등용된 인사들이 독립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으며 쇄신 의지가 담겼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강 회장 부재에 따른 한계는 분명하다. 제약바이오업계 특성상 신약 연구개발 등 대규모 투자에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강 회장을 위한 항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민장성 동아제약 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지난달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비춰 기대감도 적잖다. 2심 재판부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 등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송달받지 않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판결문 검토 뒤 항소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