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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골프]박수 칠 때 떠나는 하나은행 챔피언십

  • 2018.10.12(금) 16:02

▲ 박성현이 11일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6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국내 최초, 그리고 유일한 LPGA 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하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내년부터는 아시아 국가에 문호를 개방한 KLPGA 투어 대회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02년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시작으로 17년간 이어진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다. 안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 줄리 잉스터 등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꿈의 대회였다. 특히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는 점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한국에서 열린 만큼 홈 텃세는 강했다. 초대 챔피언 박세리를 필두로 9명의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었다. 특히 최나연은 8회, 9회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첫 대회에서 제주도의 강풍과 추위를 뚫고 우승을 차지했던 박세리는 “이 대회엔 미국에서의 우승과는 또 다른 특별한 느낌이 있다”며 감격해했다.

값어치가 큰 우승도 있었다. 무려 5명의 비회원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2003년 2회 대회에서 당시 ‘얼짱 골퍼’로 사랑받던 안시현이 세계적인 강호들을 모두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미국행 급행열차를 탄 안시현은 “인생의 가장 큰 변환점이 된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5년 이지영, 2006년 홍진주, 2014년 백규정, 그리고 지난해에는 고진영이 LPGA 투어로 직행했다. 고진영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인 박성현, 전인지와 챔피언조에서 맞붙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는 끝까지 모른다”는 강렬한 우승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올 시즌 1승을 추가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었던 ‘선배’들의 눈물 은퇴식도 화제였다. L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둔 ‘슈퍼땅콩’ 김미현은 2012년 이 대회를 끝으로 필드를 떠났다. 당시 개막 전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눈물이 나야 울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며 밝은 모습을 보인 그였지만 골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현재는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간간이 방송 해설자로 나서고 있다.

박세리는 2016년 은퇴식을 이 대회에서 치렀다. LPGA 투어 통산 25승, 아시아 유일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대업적을 남긴 선수인 만큼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다. 당시 부상으로 재활 중이었던 박인비를 비롯해 수많은 세리 키즈와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이 18번 홀 그린에 속속 모였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했고 선동렬 감독, 김세진 배구 감독 등의 얼굴도 보였다. 갤러리들의 환호가 가까워지자 박세리는 눈물을 쏟아냈다.

박세리는 은퇴식 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행복했다. 어느 누구도 은퇴식을 저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 가면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은퇴 후에도 후배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매년 약 6만 명의 갤러리를 모으며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이끌었다. ‘끝’이라는 단어가 더 안타깝게 여겨지는 이유다. 내년부터 국내 유일의 LPGA 투어 타이틀은 BMW가 넘겨 받는다.

그렇다고 하나은행의 골프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부터 LPGA 투어 대신 KLPGA 투어 대회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을 개최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또한 한국,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등 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한 '아시안 LPGA 시리즈(가칭)' 창설을 추진하며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과도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14일 마지막 챔피언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린다. 우승자에게 쏟아질 박수가 새로운 출발을 앞둔 하나은행 챔피언십에게도 전해지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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