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핸드폰 게임을 잘 즐기지 않았지만 2G폰 당시 엄청나게 빠졌던 모바일 게임이 있다. 2008년 출시한 '검은방'이라는 밀실탈출게임인데 영화 쏘우처럼 주인공이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갇힌 채 눈을 뜨며 시작한다. 방 안에서 힌트를 모으거나 도구를 수집하는 등 게임에 빠져 처음으로 유료결제를 했고 매년 속편을 애타게 기다리며 나오는 족족 모두 섭렵했다.
2011년 4편을 끝으로 더 이상 후속작이 없어 꽤나 상심이 컸던 찰나 2013년 '방탈출게임' 오프라인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찾았던 오프라인 '방탈출게임'도 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조합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독의약박물관에 방탈출 추리게임을 콘셉트로 한 '닥터H의 비밀노트'가 오픈했다는 소식에 솔깃했다. 그저 전시된 유물과 설명을 훑어보며 한 바퀴 돌면 끝나는 그리 흥미진진하지 않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방탈출 추리게임이라니.
호기심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봤자 박물관'이라는 마음으로 체험에 나섰다.
박물관 1층 로비에 도착하자 의문의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 이 노트는 노벨의학상 후보로 거론된 천재 과학자 닥터H의 노트! 비밀을 풀면 궁극의 명약을 얻을 수 있다는데... 비밀을 풀려면 핸드폰에 리얼월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닥터H 비밀노트'를 실행해야 한다.
핸드폰 앱에서 닥터H가 지령을 내리면 비밀노트에 담긴 단서를 통해 해답을 찾는다. 닥터H가 남겨놓은 비밀은 1~2층과 야외까지 박물관 내·외부 전반을 누비며 꽤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야 했다.
닥터H가 명약을 찾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박물관 속에 숨어있는 역사 속 3개의 명약을 찾는 미션을 마쳐야 닥터H 명약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닥터H는 자신의 비밀노트가 맞는지 서명을 핸드폰으로 인증하라고 지령한다. 대충 유물 이름이나 설명에서 답을 찾는 방식인줄 알았는데 QR코드처럼 핸드폰 카메라로 비밀노트의 닥터H 서명 쪽을 비추면 AR(스마트폰 기기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에 가상정보를 덧붙이는 증강현실) 방식으로 인증한다.
역사 속 첫 번째 명약을 찾는 건 예상했던 대로 유물이나 서적 이름을 찾는 것이라 쉬웠다. 체험 전에 박물관을 미리 한 번 둘러본다면 찾기가 더 수월하다. 닥터H가 지시한 유물이나 명약을 찾으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한자를 읽거나 해당 유물을 찾아 수를 더하고 틀린 그림을 찾는 등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어렵지 않고 다양한 방식이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한자를 포함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어떤 문제는 노트에 색칠을 해가며 글자를 만들어야 답을 얻을 수 있어 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인상 깊었던 미션은 박물관 입구 야외 정원에서 진행됐는데 박물관에 입장할 때만 해도 인지하지 못했던 유물들이 미션을 받고 나가서야 눈에 띄었다는 거다. 단순히 정원에 놓인 조경석인 줄 알고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들 하나하나가 의약 역사를 담고 있는 유물이었다.
스마트폰의 역할도 놀라웠다. 스마트폰 속 기능을 활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있고 첫 서명 인증 외에도 핸드폰으로 비추면 지도가 나타나는 등 증강현실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끝날 무렵엔 닥터H로부터 전화도 걸려와 깜짝 놀라게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닥터H 목소리를 김영진 한독 회장이 직접 녹음했다고 한다.
미션을 마치고 인증샷을 찍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데 수료증을 핸드폰으로 비추면 닥터H의 마지막 명약을 찾을 수 있는 최종 단서를 제공한다.
추리게임의 보안을 위해 지령과 해답을 노출할 수 없어 아쉽지만 궁금하다면 직접 체험해보시라. 1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게 박물관을 견학, 아니 탐험할 수 있다. 단순히 폐쇄형 실내 공간에서 퍼즐을 푸는 방탈출게임과는 확실히 다르다.
'닥터H의 비밀노트'는 사전 체험기간인 오는 9월까지만 무료로 운영하며, 오는 10월 공식 오픈부터는 유료다.
'워치체험단'은 비즈니스워치가 새롭게 시작하는 체험 전문 콘텐츠입니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본 경험담을 텍스트, 동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