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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인보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2019.07.17(수) 10:06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인터뷰
인보사 허가 취소 균형잡힌 평가위해 소송
미국 임상재개 및 후속 파이프라인 등 기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국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인보사. 연골세포로 허가받았던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결국 식약처 허가 취소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주주와 환자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지에 몰린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는 이제 정말 끝인 걸까?

최근 만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깊은 한숨부터 내뱉은 이 대표는 먼저 식약처의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경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방법원에 식약처 처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며,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인보사의 허가 취소 및 회수·폐지는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이 대표는 "사회적으로나 여론 분위기상 집행정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허가 취소가 당연한 것인지 법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따져보고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가처분신청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인보사 사태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이르면 이달 내 나올 예정이다. 만약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식약처의 허가 취소 처분이 정당했는지 따져보는 행정(본안)소송은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면 이 행정소송에서 인보사의 허가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대표는 "만약 법리적으로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해결되거나 국민과 환자분들에게 용서받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선 임상을 통해 분명히 확인한 만큼 과학적인 시각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르면 연내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3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임상3상 진행 초기에 세포가 바뀐 사실이 확인돼 추가 자료 제출을 통해 다시 임상을 재개한 사례가 있었다.

히트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가 개발 중이던 방광암 치료제 'HS-410'이 그 주인공이다. 'HS-410'은 방광암 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해 면역을 촉진하는 치료제다. 미국에서 방광암 세포로 임상1상과 2상을 마쳤고, 3상 초기 단계에서 췌장암 세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히트바이오로직스는 방광암과 췌장암 세포 특성과 면역 반응 유도 기전 등이 유사하다는 자료를 제출해 임상3상을 재개한 바 있다. 만약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이 재개될 경우 행정소송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인보사와 HS-410 사례가 유사하고, 스스로 그 사실을 밝혀 리포트한 시기 역시 임상3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임상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울러 후속 파이프라인을 내세우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3개의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 중이다.

이 대표가 가장 자신감을 내비친 파이프라인은 난치성 통증 치료제 'KLS-2031'이다. KLS-2031은 통증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물질을 바이러스성 전달체를 이용해 전달함으로써 진통 효과를 내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물질이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임상시험허가신청(IND)을 승인받고 환자 1020명을 모집 중이다.

또한 통증 암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바이러스성 전달체로 전달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KLS-1010'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종양 살상바이러스 전달체에 항암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삽입한 항암제 'KLS-3020'도 전임상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KLS-2031은 미국에서도 관심이 많은 만큼 회사에서도 전력을 쏟고 있다"면서 "인보사 사태와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진정성을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비록 지금은 뭇매를 맞고 있지만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만큼은 인정해달라는 부탁이다. 이 대표의 기대대로 만약 인보사가 미국에서 임상을 재개할 경우 극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혁신 신약 개발은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잘못이나 실수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까지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건 여러모로 득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한때 세계 첫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던 인보사의 미래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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