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위탁생산(CMO) 위주의 제약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콜마파마 매각을 검토하면서 씨제이헬스케어가 그룹 내 제약사업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콜마는 씨제이헬스케어를 통해 강점인 수액제 품목과 함께 자체개발 신약 등 전문의약품 라인업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씨제이헬스케어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의약품은 약 14개로, 이들 매출만 2310억여원에 달한다. 씨제이헬스케어의 전체 연매출 5000억원 중 절반을 이들 상위 품목이 차지하는 셈이다.
◇ 1000억원 투입해 공장 설립 등 수액제 시장 강화
그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품목은 수액제다. 씨제이헬스케어는 1992년 수액제 사업에 처음 진출해 현재 국내 수액제 시장의 약 30% 점유율을 차지하며 수액제 3대 제약기업인 JW중외제약, 대한약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씨제이헬스케어의 14개 상위 품목 가운데 3개 품목이 수액제이고 총 2310억원 매출 중 634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이자 수액제는 생리식염수로 320억원을 기록했다. 혈액을 보충하는 혈액대용제인 플라스마솔루션에이주 매출은 전년보다 18.8% 증가한 185억여원을 기록했다. 영양 수액제인 오마프원페리도 129억여원을 넘기면서 작년보다 23.8% 늘었다.
앞서 한국콜마는 2017년 수액제 공장을 신설하면서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18년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했고, 씨제이헬스케어를 통해 지난해 6월 오송생명과학단지에 1000억원을 들여 수액 공장 설립에 나섰다.
한국콜마가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한 배경에 수액제 시장 강화에 대한 의지가 녹아있었던 셈이다. 이어 9월에는 씨제이헬스케어의 수액제 위탁생산을 한국콜마가 도맡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전망이다.
◇ 신약 케이캡 등 거대 품목 다수…제약사업 기반 '탄탄'
씨제이헬스케어는 수액제는 물론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토종제약사로 꼽힌다. 실제로 씨제이헬스케어가 지난해 3월 출시한 자체개발 신약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불과 1년도 안 돼 매출 310억원을 돌파하며 주력 품목인 수액제를 바짝 뒤쫓고 있다.
케이캡은 칼륨경쟁적위산분비 차단제(P-CAB)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의 특정 복용 시간, 위산분비 재발 등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관련 기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빅매치' 예고]
또한 케이캡은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에 이어 최근에는 헬리코박터파일라로 제균을 위한 네 번째 적응증을 확보하며 소화기계 질환으로 치료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 1위 제약사 '칼베'와 케이캡정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베트남·중남미 17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총 21개국에 진출하는 등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고혈압치료제 헤르벤 ▲항생제 바난 ▲고지혈증 복합 치료제 로바젯 ▲빈혈치료 주사제 에포카인 등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다양한 품목들을 보유하고 있다.
◇ 글로벌 진출 위해 27일 주총서 사명 변경 추진
사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제약사업은 위탁개발생산(CDMO)에 그치는 정도였다. 의약품 품목이나 연구개발 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지난 2018년 4월 CJ그룹으로부터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화장품과 제약사업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한국콜마의 행보는 향후 글로벌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콜마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씨제이헬스케어의 사명을 영문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한국콜마 역시 미국 콜마와 사명이 겹치는데다 씨제이헬스케어를 안고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추후 사명 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씨제이헬스케어의 사명은 '이노엔(InnoN)'으로 바뀐다.
◇ 건기식 역량 강화해 글로벌 뷰티&헬스 그룹 도약
아울러 계열사인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콜마비앤에이치의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정화영 대표체제로 운영해오다 지난 1월 윤여원 사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다. 2001년 입사한 윤 대표이사는 지난 2018년 콜마비앤에이치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연평균 20% 성장을 이끌어내는 등 한국콜마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성장을 주도해왔다.
윤 대표이사는 콜마비앤에이치를 건기식과 화장품 ODM 전문기업에서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키우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글로벌화를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발목이 묶인 상태지만 올해 중국 현지법인인 강소콜마의 공장을 완공하고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화장품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3개 분야를 큰 축으로 스타 비즈니스 사업모델을 완성해 글로벌 헬스&뷰티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 내곡동 종합기술원에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 연구소를 한 데 모은 바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 등 각 사업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술융합 성과를 창출해왔다"면서 "향후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과 함께 혁신적인 기술 간의 융합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