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이마트위드미를 이마트24로 리브랜딩 하게 됐다.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핵심 축으로 편의점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 2017년 7월 13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 2017년 7월 신세계그룹은 의욕적인 계획을 내놨습니다. 앞서 인수한 위드미라는 편의점 브랜드를 '이마트24'로 변경하고, 3년간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이후 2년 9개월간 투자한 980억원의 3배가 넘는 대규모 투자였습니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 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이런 브랜드를 편의점 사명으로 쓴다고 하니 경쟁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편의점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리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제 당시 이마트24의 사명 변경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신세계그룹이 골목 구석구석에 계열사를 침투시켜 골목상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골목 상권'에는 이미 대기업 편의점 브랜드인 GS25나 CU, 세븐일레븐 등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마트24의 등장이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마트24가 간판을 새로 교체한 뒤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편의점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마트24는 과연 '계획대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우선 규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당시 이마트24 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매년 점포를 1000개씩 늘려간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당시 이마트위드미의 점포수는 2147개가량이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3년이 지난 현재 이마트24의 점포수는 5100개가 돼야 합니다.
특히 이마트24 측은 그간 공공연하게 점포 수 5000개를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점포가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 역시 3년 전 사명 변경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계산상으로는 최소한 (점포가) 5000~6000개 가까워야지만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야심찬 계획 덕분이었을까요.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점포 수가 5100개를 넘어섰습니다. 5000개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월입니다. 정말 매년 점포를 약 1000개씩 늘리면서 목표치를 달성한 셈입니다. 이마트24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고 외치면서 환호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이마트24 측은 이를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습니다. 김성영 대표가 사내 영상을 통해 "한국 편의점 업계 최단기간 대 5000점을 돌파했다"면서 조촐하게 자축(?)을 했을 뿐입니다. 충분히 대외적으로 알릴 만한 일인 것 같은데, 이마트24 측은 왜 '조용히' 자축만 하고 말았을까요.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계획대로 몸집을 불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 달성은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이마트24는 올해 상반기 1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년(-157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흑자전환을 달성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마트24는 물론 경쟁사들도 여전히 점포 수를 늘리면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됐습니다. 이마트24만 홀로 몸집을 키워왔다면 업계의 경쟁 구도는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기존 '빅3 업체' 역시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왔다는 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GS25와 CU의 경우 점포 수가 1만 4000여 개에 이릅니다. 이마트24와의 격차는 여전히 커 보입니다.
이에 따라 김성영 대표는 사내 영상을 통해 새로운 목표치를 내놨습니다. 그는 "내부 콘텐츠를 더욱 충실히 해 최단기간 내 1만 호점 돌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근 편의점 업체들은 점차 점포 수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국내 편의점 시장이 점포 수로는 포화상태라는 판단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편의점 점포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더 이상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리기는 어려우니 점포당 수익성을 높이는 식으로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겁니다.
물론 편의점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수익성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24가 그간 점포 수 5000개를 향해 달려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마트24는 앞으로도 점포 수를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24는 오는 24일 창립 3주년을 맞아 10월 내내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960개 상품에 대해 '1+1'이나 '2+1' 등의 할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마트24측은 이에 대해 "창립 3주년을 맞아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마트24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고객들이 이마트24를 경험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가맹점의 매출이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선두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는 이마트24 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의아한 것이 있습니다. 이마트24가 사명을 바꾼 건 2017년 7월입니다. 그런데 창립기념일은 왜 10월 24일인 걸까요. 여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2017년 10월은 이마트24가 점포 수로 경쟁사인 미니스톱을 제치고 4위로 도약한 달입니다. 여기에 이마트24의 '24'를 결합해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이마트24의 순위는 여전히 4위입니다. 사명 변경 후 3년이 지난 지금 이마트24의 몸집은 '계획대로' 커졌지만, 편의점 업계 경쟁 구도는 그대로인 셈입니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3년을 쉼없이 달려온 이마트24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 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