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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국산 신약 '렉라자'에 거는 기대

  • 2021.01.25(월) 10:05

케이캡정 이후 3년 만의 국산 신약 허가
국내 최초 연 매출 1조 원 의약품 탄생 기대

긴 공백 끝에 새로운 국산 신약이 등장했습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주인공입니다. HK이노엔(구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이 지난 2018년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받은 이후 3년 만인데요. 유한양행의 경우 2005년 ‘레바넥스정’을 국산 신약 9호로 이름을 올린 이후 16년 만입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신약으로 제약바이오 업계도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제품명)’를 국산 신약 31호로 조건부 허가했습니다. 렉라자는 ‘레이저티닙’이라는 성분명으로 더 친숙한 유한양행의 유망 신약 후보물질이었습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는데요. 이후 글로벌 제약기업 얀센 바이오텍에 역으로 기술수출하면서 업계 관심을 모았습니다.

유한양행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기술수출료 3500만 달러, 6500만 달러를 각각 수령했습니다. 총 1억 5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6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처럼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낸 국산 신약은 처음입니다. 얀센 바이오텍이 렉라자의 병용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어서 국산 신약에서 나아가 글로벌 신약으로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역시 렉라자가 연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건부 허가여서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2상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허가하는 제도인데요. 조건부 허가 의약품은 임상 3상 진행해야 최종 허가가 확정됩니다. 사실 그동안 조건부 허가를 받고 이후 기간 내 임상 3상 결과제출을 이행하지 않거나 기대효과에 못 미쳐 최종적으로 허가가 취소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앞서 젬백스앤카엘의 국산 신약 21호 ‘리아백스’도 임상 3상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조건부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한미약품의 국산 신약 27호 '올리타정'도 개발이 도중에 중단되면서 사실상 품목허가가 취하됐습니다. 최초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국산 신약 29호 '인보사주'는 미국 임상 3상 단계에서 주세포가 뒤바뀐 사실이 알려지며 허가가 취소되기도 했었죠.

또 기존 30개의 국산 신약들 가운데 성공 사례는 극소수라는 점도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0개 국산 신약 중 생산실적이 100억 원을 넘긴 제품은 카나브, 제미글로, 듀비에정, 펠루비정, 놀텍정, 케이캡정 정도입니다. 슈도박신주, 밀리칸주 등 저조한 생산실적으로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하는 등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진 국산 신약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렉라자의 신약 허가는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비소세포폐암은 내성과 변이 등의 문제로 환자들의 치료에 한계가 많습니다. ‘렉라자’는 폐암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타그리소' 보다 약물 부작용을 개선했습니다. 덕분에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죠. 특히 ‘렉라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됐습니다. 임상 3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기만 하면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최초의 국내 의약품이 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산 신약은 우수한 개량신약 정도였다면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중소형 바이오텍의 기술을 이전받아 재수출하는 새로운 길을 텄다”며 “향후 기술수출의 방향성과 국산 신약의 나아갈 길에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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