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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쿠팡, '계획된 적자'라더니

  • 2021.09.01(수) 07:05

주가 30달러…공모가 아래서 '지지부진'
'수익성' 의구심 지속…쿠팡의 해답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쿠팡의 주가가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30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30.09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공모가인 35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상장 초기 종가 기준으로 50.45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거의 반 토막났습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원을 육박했는데요. 순식간에 국내 기업 중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됐습니다.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와 2위 자리를 다투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국내에도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공룡이 탄생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쿠팡의 주가는 석 달이 채 되지 않아 30달러 초반대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다시 반등하는가 싶더니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뒤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이제 쿠팡의 시가 총액은 60조원 가량입니다. 물론 이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72조원)와 카카오(69조원)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오히려 적정한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가 하락세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무언가 '반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쿠팡 제공.

최근 쿠팡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건 일단 이번 2분기 실적 때문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지난 2분기 매출 5조1812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보다 7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중 덕평 물류센터 화재 관련 손실액인 3413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손실액은 2544억원에 달합니다. 전년보다 119% 악화한 수치입니다. 

쿠팡은 그간 '로켓성장'을 해왔습니다. 지난 2017년 2조7000억원 가량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3조3000억원가량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로켓적자'로 표현했습니다. 아무리 몸집이 커지더라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면 결국 경영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습니다.

쿠팡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계획된 적자'라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적자를 개선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쿠팡은 지난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이런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쿠팡의 잠재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상장 이후 투자자들은 '매의 눈'으로 쿠팡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의 흐름을 보면 그렇습니다.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는 했지만, 과연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번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는 쿠팡의 수익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실 상장 때부터 제기돼왔는데요. 상장 당시 김범석 쿠팡 의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익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의장은 당시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마존도 오랜 기간 수익성 확보에 대해 의심을 받았습니다. 시장을 장악하긴 했는데, 돈을 벌지는 못한다는 지적이었죠. 그런데 아마존은 AWS라는 사업으로 반전을 이뤘습니다. 아마존 웹 서비스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인데요. AWS는 높은 수익성으로 아마존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쿠팡이 과연 아마존의 AWS 같은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주가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은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음 달에는 쿠팡의 전체 주식 중 86%에 달하는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된다고 합니다. 쿠팡의 주요 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그린옥스캐피털(16.6%), 매버릭홀딩스(6.4%) 등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주가에는 더욱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쿠팡의 마음은 아마 더욱 바빠질 것 같습니다.

쿠팡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 외에도 음식배달 사업과 퀵커머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 간 거래(B2B) 전용 브랜드인 '쿠팡비즈'를 특허청에 출원 신청했습니다. 대만과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이중 어떤 사업이 쿠팡의 돈줄이 될까요. 쿠팡이 지금껏 강조해온 '계획된 적자'론(論)은 유효기간이 다 되가는 듯합니다. 쿠팡이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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