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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대세 술 '하이볼'…어디까지 마셔봤니

  • 2022.11.20(일) 10:05

[생활의 발견]2030 대세 주류 된 하이볼
도수 7~8도로 부담없어 '홈술' 최적화
위스키에 토닉워터, 레몬만 있으면 돼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며칠 전 일입니다. 장을 보기 위해 한 대형마트에 방문했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손님이 산토리 위스키를 찾는데 품절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매장에도 연락을 해 봤는데, 인근 매장의 산토리 위스키가 다 품절이라 난감했다는 겁니다. 요즘 젊은 손님들이 산토리 위스키를 워낙 많이 사 가서 계속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산토리 위스키는 특유의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각진 병의 이름을 따 '가쿠빈'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대중적인 위스키입니다. 국내에서도 750㎖ 제품을 3만원 초반, 저렴하면 2만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는 위스키죠. 일본에서는 아예 하이볼 용도의 4ℓ 제품을 6만원 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초저가 위스키'라고 부를 만합니다. 산토리 위스키는 대중적인 제품인 만큼 물량도 넉넉한 편입니다. 왜 갑자기 젊은 손님들에게 산토리가 인기였던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요즘의 '하이볼 열풍' 때문이었습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하이볼은 주로 일본식 선술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칵테일이었습니다. 바에서 하이볼을 주문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죠. 

그런데 이 하이볼이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혼술' 유행을 타고 인기가 치솟습니다. 만들기 간편하고 도수도 적당하며 맥주처럼 적당히 탄산감도 있어 집에서 식사 후 한 잔 즐기기에 제격이었던 거죠. 높은 도수의 술을 즐기지 않는 2030에게 맥주보다 조금 높은 7~8도의 하이볼은 맥주만큼 시원하면서 맥주보다 폼 나는 술로 제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독한 술인 위스키를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하이볼 음주법의 대표 브랜드인 산토리 위스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거죠. 

일본 산토리의 가쿠빈 위스키./사진=산토리 홈페이지

인기가 많다 보니 이제 웬만한 술집에서는 다 하이볼 몇 종류씩은 갖춰 놓고 있습니다. 종류도 제법 다양합니다. 저마다 맛도 다 다르고 들어가는 술도 다른데 다 '하이볼'이라고 하니 헷갈리기 일쑤입니다. 저번에 마셨던 하이볼은 너무 맛있었는데, 이번에 하이볼을 주문하니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물론 술이야 맛만 있으면 되고 취하기만 되면 그만이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즐기는 술이 어떤 술인지 알고 마시면 조금은 더 즐겁게 술자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하이볼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일단 '하이볼(Highball)'이 무슨 뜻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겠죠. 미국 설과 영국 설이 있습니다. 미국 설은 기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기관사들이 기차의 속도를 낼 때 높이 매단 풍선을 신호로 삼아 '하이볼'이라고 외쳤는데, 빨리 만들 수 있는 술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는 주장입니다. 

영국 설은 골프가 등장합니다. 골프를 치며 마시던 술인데, 후반 라운드에서 공이 엉뚱하게 날아가 '하이볼'이라 외친 것이 술의 이름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위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마음에 드는 설을 취사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설'이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대형마트의 위스키 매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이볼은 원래 증류주에 탄산수나 토닉워터,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부은 후 레몬·라임을 필(fill)하거나 조각을 넣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류를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일본의 '츄하이' 역시 소주(소츄)에 탄산수, 과일즙을 섞는 레시피죠. 소주+하이볼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츄하이라고 지은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위스키와 탄산수 조합을 하이볼이라 부르지만 진에 토닉워터를 넣는 진토닉, 버번 위스키에 콜라를 넣는 잭콕, 심지어는 '소맥'도 광의의 하이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죠. 방송인 박나래 씨가 만들어 화제가 됐던 '얼그레이 하이볼'도 일반적인 위스키 하이볼 레시피에 얼그레이 시럽을 넣은 변형 하이볼입니다. 

물론 진이나 보드카에 토닉워터를 넣었으면 진토닉, 보드카토닉이라고 불러야지 왜 이걸 하이볼이라고 부르냐는 '쇄국파'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이게 다 '하이볼'이란 이름이 워낙 광범위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하이볼이라고 다 같은 하이볼이 아니니, 꼭 어떤 술이 베이스로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내가 원하는 맛의 하이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 '더 맥켈란'./사진제공=맥켈란코리아

또 하나, 하이볼에 관한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싱글몰트 하이볼입니다. 원래 하이볼 등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은 주로 부드러운 풍미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개성이 강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하이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싱글몰트를 하이볼로 마시는 건 아깝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에서도 하이볼 잔을 함께 구성한 '하이볼 세트'를 판매하는 걸 보면, 역시 맛은 '개인 취향'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홈술을 즐기려는데 바에서 마신 것 같은 맛있는 하이볼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께 간단하게 맛있는 하이볼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하나 소개합니다.

우선 긴 잔에 레몬 조각을 넣고 위에 얼음을 채웁니다. 그리고 위스키를 소주잔으로 한 잔 붓습니다. 잔을 너무 꽉 채우지 말고, 평소 소주를 따라 마시는 것처럼 8할 정도만 채우면 됩니다. 여기에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4잔 붓습니다. 이 때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얼음에 토닉워터가 닿지 않게 조심히 따라 주세요.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드는 모습./사진=산토리 홈페이지

조금 더 공을 들여 볼까요. 얼음은 집에서 얼린 얼음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봉지 얼음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집에서 얼린 얼음보다 단단해 쉽게 녹지 않아 하이볼의 맛을 오래 유지시켜 줍니다. 냉동실 잡내가 배지 않는 건 물론이죠.

토닉워터 역시 브랜드 별로 맛이 다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하이트진로의 토닉워터는 단 맛과 탄산이 강합니다. 하이볼 초심자라면 대부분 이쪽을 선호하실 것 같습니다. 코카콜라의 캐나다 드라이는 이름처럼 '드라이'합니다. 위스키의 향과 맛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죠. 아예 달지 않게 드시고 싶다면 탄산수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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