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식품·주류업계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위기 관리'를 손꼽았다. 지난해 정점에 다다랐던 글로벌 원재료 가격 폭등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올 한 해도 위기 속 기회를 찾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식품업계의 화두인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계가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시장 환경이 재편되고 있는 만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기를 기회로
손경식 CJ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국내도 가계 이자 부담 증가·주택 가격 하락 등에 따라 소비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소비 둔화는 곧 내수 기업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 회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 유동성 확보, 인재 육성과 디지털 전환 등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정배 대상 대표도 올 한 해는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비 둔화로 주요 기업의 재고가 증가하는 등 침체의 전조가 보이는 데다 인구 구조, 소비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존 방법으로는 이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보였다.
이어 불황은 모든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철저히 준비한 기업에 시장지위를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올 경기침체가 각 사업별로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최소화해 신속히 회복,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기회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뀌어야 산다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는 모든 CEO들의 공통 주제였다.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이종산업 교류가 활발한 만큼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임 대표는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란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수주대토'를 위기 속에서도 경험만을 믿고 변화를 주저하는 기업들로 빗대며 "과거의 성과에 취해 수주대토의 사례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 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 영역 다각화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특히 최근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 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고 농심의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도 변화에 대한 대처를 올해 과제로 지목했다. 박 회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응변창신'을 언급하며 변화에 도태되면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간다면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변화는 '안'에서부터
주요 식품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변화'의 첫 걸음은 '안에서부터의 변화'다. 그간 기업들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미처 따라잡지 못해 도태되고 있다는 자체 진단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며 아날로그적인 업무 체계를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해 경영 환경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경식 회장은 그룹 잡 포스팅,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다양한 성장 기회를 확대하고 거점오피스 이용 정착, 선택근무제 시행 확대 등 자기주도적으로 몰입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는 전방위적 조직문화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연공서열을 타파한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신동원 회장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건전한 구조를 다져야 한다"며 경영 전반의 구조를 점검하고 정비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경영 효율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양그룹과 대상은 '디지털 전환'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그동안 준비해온 사내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해줄 것"을 당부하며 임직원 모두의 일상적인 업무에서부터 적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도 지금까지의 아날로그적인 업무 체계를 디지털·데이터 중심 방식으로 전환해 급격히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