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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는 누구?…진흙탕 싸움 된 '곰표밀맥주' 분쟁

  • 2023.06.20(화) 06:50

세븐브로이, 대한제분 공정위에 제소
"계약 만료 전 곰표밀맥주 레시피 탈취"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주장, 사실 아냐"

사진제공=BGF리테일

2020년 출시 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수제맥주 역사를 쓴 곰표 밀맥주가 잇따른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곰표'의 상표권을 보유한 대한제분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계약 해지를 놓고 충돌했기 때문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지난 2020년 곰표밀맥주를 함께 개발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팔렸고 단독 판매처였던 CU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6000만개에 달한다. 

곰표밀맥주는 단순히 '잘 팔린 맥주'가 아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콜라보 일색'으로 바꾼 장본인이다. 곰표밀맥주 이후 말표 흑맥주(말표), 백양 비엔나 라거(BYC), 유동골뱅이 맥주(유동), 쥬시후레쉬맥주(롯데제과) 등 온갖 콜라보 맥주들이 쏟아졌다. 

세븐브로이는 대표밀맥주(왼쪽) 공개 후 1주일 만에 대한제분의 항의로 패키지를 교체(오른쪽)했다./사진제공=세븐브로이

하지만 올해 초 양 사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 대신 제주맥주와 손잡기로 한 것이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컬래버 후 3년 만의 일이다.

양 사의 이별이 평화롭지 않았다는 건 분명했다. 세븐브로이는 황급하게 이름과 캐릭터를 변경한 '대표밀맥주'를 출시하겠다고 했고, 대한제분은 곧바로 패키지가 곰표밀맥주와 유사하다며 경고 서한을 보냈다. 세븐브로이는 출시 일주일 만에 패키지를 교체해야만 했다. 

세븐브로이 "노하우 탈취당해"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던 양 사의 '곰표 분쟁'은 세븐브로이가 지난 15일 대한제분을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금지와 사업활동 방해행위 금지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2라운드에 돌입했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가 진행하고 있던 곰표밀맥주의 해외수출을 자신들이 진행하겠다며 탈취했고 계약 만료 전 성분분석표와 영양성분표를 제공받은 후 거래관계를 중단했다는 주장이다. 

수제맥주 전성시대를 불러 온 곰표밀맥주/그래픽=비즈워치

세븐브로이 측은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가 세븐브로이가 생산한 제품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의 사업 노하우와 맥주 성분을 탈취한 뒤 경쟁사를 통해 동일한 제품을 출시, 세븐브로이를 업계에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열대과일 추출물 등 핵심 성분이 거의 동일하다"며 "맥주업계 관계자들도 맛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제품이라는 평"이라고 말했다.

대한제분 "레시피 같다고? 비상식적"

이에 대해 대한제분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세븐브로이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세븐브로이가 재고처리 등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독자 제품을 냈고 맥주 레시피가 같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한제분 측은 "재출시되는 곰표밀맥주는 새 파트너사의 독자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며 "상식적으로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에 단정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븐브로이가 제기한 디자인·해외수출 탈취 주장도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곰표밀맥주의 디자인은 대한제분이 소유권을 가진 곰표 브랜드의 자산이며 해외수출사업 역시 애초에 대한제분의 허락 없이 해외수출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곰표 VS 대표, 마셔보면 다를까

두 회사간 분쟁의 핵심은 제주맥주가 만드는 '곰표밀맥주'가 세븐브로이산 '곰표밀맥주'와 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제품이냐는 점이다. 세븐브로이는 계약 해지 전 레시피를 넘긴 만큼 똑같은 제품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대한제분은 새로운 레시피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븐브로이가 공개한 두 제품의 성분표를 보면 성분이 거의 흡사한 것은 사실이다. 밀과 보리, 호프 등 기본적인 재료 외 패션후르츠 추출물·복숭아 추출물·파인애플 추출물 등 열대과일 추출물이 흡사하다. 

주성분인 밀과 밀가루 함유량은 세븐브로이산 곰표밀맥주가 각각 6.36%, 0.02%이며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는 6.40%, 0.03%로 차이가 있다.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성분이 동일한 셈이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왼쪽)와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오른쪽)/사진제공=세븐브로이

결국 두 제품의 향방은 제주맥주표 곰표밀맥주가 출시된 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맛이 거의 흡사하다면 소비자들은 대한제분과 제주맥주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낼 것이고 맛이 차별화돼 있다면 세븐브로이가 과도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맛 등 품질만큼이나 기업의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두 제품을 비교해 본 소비자들의 판단에 따라 두 기업 중 한 곳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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