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양측이 햇반 납품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올리브영을 '납품업체 갑질'로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업계에선 양측이 택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 화장품 등의 사업을 두고 곳곳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리브영 신고한 쿠팡…CJ 당혹
지난 24일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헬스앤뷰티(H&B) 업계 1위 CJ올리브영이 쿠팡의 화장품 판매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CJ올리브영은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힘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다"고 지적했다.
'갑질' 딱지가 붙은 CJ올리브영은 현재 공정위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 민감한 시기에 또 다른 민감한 이슈를 터트린 것이다. 공정위의 CJ올리브영에 대한 제재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위의 또 다른 조사가 시작될 수 있어서다.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에도 악재다. CJ 내부에선 갑작스러운 쿠팡의 신고에 "당혹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측은 작년 말부터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가를 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약속한 물량을 맞춰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쿠팡의'로켓배송'에서 햇반이 빠졌고 CJ제일제당은 쿠팡 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컬리 등과 손을 잡고 쿠팡 없는 홀로서기에 나섰고 쿠팡은 중소·중견 기업 등의 즉석밥으로 햇반 빈자리를 채웠다.
반 쿠팡 연합 구축 CJ…택배에 뛰어든 쿠팡
업계에선 양측이 서로 겹치는 사업이 많아질수록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한 쿠팡의 견제할 '반 쿠팡 연합세력' 중 하나인 네이버의 '날개'를 날아준 것은 CJ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2020년 CJ그룹과 네이버는 6000억원 규모의 '지분 동맹'을 맺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약점이었던 물류 문제를 해결할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출시된 유료 구독 회원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CJ ENM의 OTT 티빙 혜택이 들어가며 쿠팡의 '쿠팡 플레이와 와우 멤버십' 조합의 대항마로 급성장했다.
쿠팡은 사실상 택배사업에 진출하며, 대한통운을 핵심 계열사로 둔 CJ 심기를 건드렸다. 2018년 설립된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를 취득했다. 올 3월엔 쿠팡의 물류를 통해 소상공인 제품도 당일·익일 배송하는 '로켓그로스'를 도입했다. 작년 기준 CJ대한통운 전체 매출의 30%(3조6495억원)를 차지하고 있는 택배 부문에 쿠팡이 뛰어든 것이다. 이미 전국 물류망을 구축한 쿠팡은 CJ대한통운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급성장하면서 CJ와 사업이 겹치는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에 쿠팡이 올리브영을 공정위 신고하면서 갈등은 극도로 격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