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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1억병 팔았는데…하이트진로 매출에 티 안나는 이유

  • 2023.08.24(목) 07:30

하이트진로 2분기 맥주 매출 3.8%↑
켈리 출시 효과 미비… 테라 잠식 우려
"잠식 아니다…전체 맥주 시장 부진"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하이트진로의 지난 2분기 실적을 두고 안팎으로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4월 출시한 맥주 켈리가 1억병 이상 팔렸지만 맥주 부문 매출은 소폭 느는데 그치면서다.

업계에선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효과)'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켈리 판매에 집중하면서 테라 등 기존 맥주 매출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우려는 우려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잠식효과의 영향은 크지 않고 맥주 시장 전반의 침체와 생산량 조절 등의 요인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잠식 맞죠?"

하이트진로는 지난 2분기 맥주 부문에서 21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 2034억원보다 77억원, 3.8% 늘어난 수치다. 포화된 맥주 시장에서 매출이 소폭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신제품 열풍에 따른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11일 하이트진로는 켈리가 4월 4일 출시 후 99일 만에 1억병이 팔렸다고 밝혔다. 6월 말까지 최소 8000만병 이상이 팔린 셈이다. 업계에선 지난 2분기 켈리의 매출을 최소 300억~4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에 팔리지 않던 신제품이 올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맥주 전체 매출은 약 70억원만 늘었다는 건 다른 맥주 브랜드들이 부진했음을 의미한다. 켈리가 테라의 매출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이트진로 맥주 상반기 매출/그래픽=비즈워치

전례도 있다. 테라가 출시됐던 2019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테라가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했지만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은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하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하며 하이트 매출이 잠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하이트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일이나 밀맥주 등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맥주가 아닌 만큼 잠식이 없을 수 없다"며 "실제로 테라 매출이 꽤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잠식 아냐"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켈리의 잠식 효과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매출에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잠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테라의 매출이 영향을 받은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맥주 부문 매출의 정체는 올해 들어 국내 맥주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야외활동이 늘고 홈술 트렌드가 한풀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맥주 수요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켈리 출시 전인 1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은 지난해 수준을 간신히 유지했다. 롯데칠성은 올해 들어 맥주 부문 매출이 20% 가까이 빠졌다. 오비맥주 역시 카스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테라의 매출이 줄어든 것도 켈리 때문이 아닌, 시장 환경 때문이란 것이다.

하이트진로 켈리 공장/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bizwatch.co.kr

다른 요인들도 있다. 우선 올몰트 맥주 브랜드 '맥스'가 단종됐다. 지난 6월 공식 단종을 결정했지만 이전부터 생산이 사실상 멈췄다. 한 때 대표 맥주였던 하이트도 테라 출시 이후 꾸준히 매출이 줄고 있다.

공급 이슈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의 예상치 못한 초반 흥행돌풍 때문에 테라의 생산량을 일부 줄였다. 켈리의 시장 안착을 위한 안배였다. 다만 맥주 성수기인 3분기에는 테라와 켈리 모두 최대치로 생산해 물량 이슈로 인한 매출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체 맥주 시장의 부진, 켈리의 초반 흥행으로 인한 테라 물량 조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매출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라며 "성수기인 3분기에는 테라와 켈리 모두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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