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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메가·컴포즈·빽다방 간판 속 '색깔 경제학'

  • 2024.07.08(월) 16:54

저가커피 3인방, 가시성 높은 노란 간판
매머드·더리터 등 빨간색 강조 브랜드도
스벅·커피빈은 '프리미엄' 이미지 컬러

3대 저가커피 브랜드 매장이 나란히 있는 모습/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슈 메이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1위는 어디일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커피전문점 시장이 형성된 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스타벅스'죠. 매출만 1위가 아닙니다. 커피 시장의 많은 이슈와 트렌드가 스타벅스에서 나왔습니다. 기사량 역시 스타벅스가 압도적이었죠.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스타벅스보다 다른 브랜드들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듯합니다. 올 들어 3000호점을 돌파한 '메가커피'가 대표적입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데요. 앞서 2019년 이디야커피가 3000호점을 돌파한 바 있지만 폐점 매장을 고려하면 실제 매장 1위는 메가커피라는 게 업계의 추산입니다.

컴포즈커피 매장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메가커피의 라이벌 격인 '컴포즈커피' 역시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필리핀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인 졸리비에 전격 매각됐는데요. 몸값이 약 4700억원에 달했습니다. 메가커피나 이디야커피보다는 매장 수가 적지만 그래도 스타벅스의 두 배 가까운 2500호점을 10년 만에 달성한 것이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커피전문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빽다방'입니다. 이쪽은 빽다방 자체가 이슈가 됐다기보다는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더본코리아가 운영 중인 가맹점은 21개 브랜드, 총 2492개인데요. 빽다방은 이 중 절반 가까운 1228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상장에 빽다방의 역할이 상당할 수밖에 없겠죠.

노란 간판

이슈 메이커라는 것 외에도 이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많습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빽다방은 젊은층 사이에서 '저가커피 3인방'으로 불립니다. 아메리카노 기준 2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고 매장도 곳곳에 퍼져 있어 접근성도 아주 높죠. 세 브랜드 매장 수를 합하면 7000개에 육박합니다. 

하나 더 꼽자면 바로 '노란색'일 겁니다. 메가커피는 밝은 노란색 바탕에 짙은 갈색으로 'MGC'를 새긴 로고를 사용 중이죠. 간판 역시 노란색과 흰색, 회색을 사용합니다. 컴포즈커피 역시 노란색과 검은색을 조합한 로고와 간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빽다방은 노란색 바탕에 백종원 대표의 캐리커처를 넣은 로고가 유명하구요. 매장 인테리어와 간판은 파란색과 노란색을 대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저가커피 브랜드가 모두 같은 '키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겠죠.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가시성'입니다. 노란색은 빨간색과 함께 사람의 시야에 가장 잘 보이는 색입니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와도 눈에 잘 띄는 색이라고 합니다.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이나 헤드라이트를 생각하면 노란색이 얼마나 멀리 뻗는 지 이해할 수 있죠. 커피 한 잔이 급할 때 멀리서도 한 눈에 간판을 알아보고 달려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명도와 채도가 높은 노란색은 '저렴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함께 따라옵니다. 주로 대중을 겨냥한,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들이 이런 밝은 노란색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동서식품의 맥심이나 이마트의 노브랜드 등을 떠올리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다만 채도와 명도가 낮아지면 노란색의 이미지도 180도 바뀝니다. 황제나 금(Gold) 등을 떠오르게 하는 부유한 색이 되죠. 다 똑같은 '노랑'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노란색과 함께 가장 잘 보이는 색이 빨간색이라고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왜 노란색 카페만 잘 나갈까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노란 간판 카페에 앞서 한 차례 저가커피 시장을 휩쓴 게 바로 '빨간 간판 커피'였습니다. 매머드를 빨간 사각형으로 형상화한 '매머드커피', 1ℓ 아메리카노로 저가커피 시장을 휩쓸었던 '더 리터', 커피 일색이던 음료 프랜차이즈 시장에 과일주스 열풍을 몰고 온 '쥬씨'가 모두 빨간 간판으로 성공을 거뒀죠. 저가커피는 아니지만 '할리스커피'와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도 붉은색을 강조한 브랜드입니다. 아무튼, 간판과 로고는 일단 잘 보이고 볼 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고급짐>가시성

원래 커피 전문점을 대표하는 색은 빨간색도 노란색도 아닌 '갈색'이었습니다. 잘 볶은 커피콩 색깔이죠. 스타벅스가 지금의 녹색으로 바뀌기 전 사용하던 색깔이 갈색이었구요. '커피빈' 역시 갈색을 핵심 컬러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도 갈색을 키 컬러로 사용한 대표적 커피 브랜드입니다. 아마 그간 존재했던 커피 전문점 브랜드 둘 중 하나는 이 색을 사용했을 겁니다. 직관적으로 '커피'를 떠올릴 수 있는 색인 데다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갈색이 따뜻하고 조용한 카페를 연상케 해 커피전문점과 잘 맞는 색깔로 여겨졌죠. 하지만 최근엔 갈색을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이 많지 않습니다. 눈에 너무 안 띄기 때문입니다. 거의 위장색에 가깝죠. 실제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위장색의 필수 조합이 짙은 녹색과 갈색입니다.

스타벅스의 상징이 된 짙은 녹색/사진제공=스타벅스

눈에 안 띄는 건 싫지만 빨간색이나 노란색 같은 원색을 사용하기도 싫었던 브랜드들이 선택한 색은 바로 '녹색'과 '보라색'입니다. 갈색 로고 브랜드의 대표적 예시였던 스타벅스와 커피빈이 각각 녹색과 보라색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두 색은 대표적인 '고급스러운' 색입니다. 

녹색은 신호등의 3색 중 하나인 만큼 빨간색, 노란색과 함께 가시성이 높은 색입니다. 그러면서도 빨간색, 노란색만큼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보이는 색이죠. 녹색은 휴식의 의미도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는 키 컬러를 녹색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회색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에 스타벅스라는 초록색 나무를 심겠다"는 말로 표현했었죠.

보라색을 강조한 커피빈 매장/사진=커피빈 홈페이지

보라색 역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는 색입니다. 서양에서 보라색은 오랫동안 로마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색깔이었죠. 자연에서 보라색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는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삼국지나 초한지 등에서 황제가 될 자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자색 구름'을 이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커피빈과 함께 더벤티도 보라색을 키 컬러로 사용하는 브랜드인데요. '저가커피 3인방'과 함께 대표적인 저가커피 브랜드지만 '저가커피' 이미지를 안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겠죠?

무심코 들어갔던 커피 전문점의 간판 하나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의미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커피를 마시러 갈 때 간판과 로고를 한 번 더 보고 오늘의 기분에 맞춰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오늘의 커피'는 무슨 색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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