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전 11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에서 11번째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또 실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면서도 10년간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주들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7일 오후 2시 일본 도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등 회사 측의 3개 안건을 처리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 제안한 △본인의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신동빈 회장은 온라인으로 주총에 참석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이번 주총까지 신 전 부회장이 2016년 이후 총 11번의 주총에서 제안한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다"며 "광윤사만으로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가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28.1%)다. 신 전 부회장은 이 광윤사의 대표이사이자 지분 50.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경영 복귀에 실패한 셈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주총에서도 롯데그룹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그룹의 위기를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라며 "이번 주총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쇄신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주장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그룹 계열사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됐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2015년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신 전 부회장은 2016년 3월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와 6월 정기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17년부터는 매년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 제안으로 상정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매년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한국 롯데그룹의 부진도 문제 삼고 있다.
올해도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주 제안의 취지에 대해 "신동빈 대표이사 취임 후 일본 롯데홀딩스 및 산하 롯데그룹 기업들의 경영 성과가 악화하고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특별손실, 한국 상장회사의 시가총액 급감, 유동성 위기 발생 등으로 경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롯데 자회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과 우량 자산 매각이 진행됐다"며 "신동빈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자회사들로부터 배당금과 고액의 임원 보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화학(롯데케미칼)과 유통(롯데쇼핑)의 부진으로 일본 롯데홀딩스가 2024년 4월~2025년 3월 1626억엔의 역대 최대 순손실을 냈다고 비판했다.
신임 잃은 신동주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말부터 일본 롯데그룹 주요 임원직에서 해임된 후 경영권을 다시 얻기 위해 '프로젝트 L'을 주도하며 롯데그룹을 흔들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프로젝트L에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현재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말~2015년 1월 일본 롯데그룹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된 후 일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해임이 정당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 반대에도 불법·무단으로 수집한 영상 활용을 근간으로 하는 '풀리카(POOLIKA)' 사업을 강행하거나 임직원 이메일 내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던 사실 등이 밝혀지며 경영자로서 부적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계속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데도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5.96%) 등은 10년째 계속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복귀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운데도 매년 복귀를 시도하는 것은 신동빈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롯데그룹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