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이 걸렸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 든 후 합병기일을 수차례 연기한 끝에 조기통합 합의가 이뤄졌다.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KB금융지주도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폭넓은 고객 기반과 은행-비은행의 안정적인 구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초저금리 속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냉혹한 경쟁 현실에서 하나금융만이 외환은행 인수 효과도 누리지 못한 채 오히려 경쟁에 낙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계기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선두권 경쟁에 가세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나금융에 큰 힘이다. 통합은행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 김정태(중앙)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왼쪽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13일 오전 하나·외환은행 통합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하나금융) |
◇ 하나-외환 통합은행, 자산 1위 등극
하나-외환 통합은행은 총자산 290조 원으로 1위 은행으로 올라선다. 지점 수 945개, 직원 수 1만 5717명으로 국내 리딩뱅크로 도약하게 됐다. 향후 경쟁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대출금 규모 면에선 3위, 예수금과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각각 2위에 머물러있다. 순위가 일부 뒤처져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경쟁을 위한 면모는 갖춘 셈이다.
그동안 열세로 지적돼 온 고객 수 측면에서도 앞으로 계좌이동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더욱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통합은행을 통해 고객 수 확대와 이를 통한 시너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총 24개국 127개로 확대되면서 더욱더 활발한 해외진출과 해외사업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현지법인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향후 해외 수익 확대 등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 통합 분위기 고조, 속도전이 관건
양 은행의 통합이 늦어진 지난 1년 사이 은행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고 외환은행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 외환은행은 적자를 냈고, 올해 들어서도 월별로 지난 5월과 6월 적자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하나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이후 조기통합에 사실상 '올인'하면서 영업력 누수가 심했고,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지주 차원의 일관된 전략을 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물리적 통합과 함께 조직 내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고 통합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1일 합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늦어도 10월 1일까지는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9월 1일이면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그만큼 하나금융도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통합이 1년 늦어진 만큼 발 빠른 대응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합병 후 통합(PMI)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조기통합을 위한 노사협의 과정에서 외환은행 직원에 대한 대규모 징계, 법적 공방 등으로 노사 갈등은 고조됐고 직원들의 신뢰도 추락했다. 신뢰 회복 등을 통해 통합 추진력과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신한 독주 속 KB와 함께 선두 경쟁 가세
지난 1년 새 금융권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고 경쟁구도는 더욱 도전적인 환경이 됐다. 신한금융은 은행-비은행 균형적인 성장으로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고, KB금융은 지난해 말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면서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영업력과 직원 사기가 회복되면서 분기 기준 순익으로는 신한에 바짝 다가간 상태다.
농협금융 역시 지난해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금융지주의 면모를 갖췄다.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와 은행-비은행 균형 성장을 통해 기존 금융지주사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모든 금융지주가 전열을 가다듬고 영업력과 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일부에선 그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하나-외환 통합을 계기로 이들 금융지주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도 은행 통합을 발판으로 선두권 경쟁에 가세, 유리한 경쟁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발 늦었지만, 은행 통합이라는 호재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1위 탈환을 노리는 KB금융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확대된 은행 자산과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력을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