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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KB·KEB하나, 나는 신한금융

  • 2015.09.02(수) 15:54

가속도 붙은 KB에 KEB하나까지 가세, 영업 전쟁 예고
신한금융, 새 화두 제시하며 펄펄 날지만 기죽는 은행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뜨겁다.


이미 트랙에 올라 열심히 뛰고 있는 KB는 기존 리딩그룹인 신한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만큼 바짝 추격했다.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의 출범을 계기로 이 트랙에 막 올라탔다. 두 곳 모두 리딩뱅크 탈환, 혹은 내실을 갖춘 리딩뱅크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리딩그룹의 위치에 선 신한금융의 분위기는 조금은 다르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의 완성으로 좀 더 진보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금융그룹과는 차별화를 통해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 바짝 추격하는 KB, 글로벌·비은행 여전히 약세

 

신한은행 7900억 원, 국민은행 7300억 원. 올 상반기 성적표(당기순익)다. 바짝 다가섰다. 양 은행은 실적발표 이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신경전은 KB 직원들에겐 오히려 사기진작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올 상반기 성적도, 신경전도 아니다. 은행 순익이란 게 특별이익 등 일회성 요인과 주식시장 변화에 따른 비이자이익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복수의 KB 관계자는 "여전히 신한이 모든 면에서 앞선다"며 "애초부터 신한을 따라잡으려면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봤다"고 말한다. 다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자평한다.

 

최근 경쟁이 더 가열되면서 리딩뱅크 탈환도 마냥 쉬워 보이진 않는다. 국내 영업력 회복에 주안점을 두면서 글로벌 전략이 뒤로 밀려나 있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LIG손보(현 KB손보) 인수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금융투자 부문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경쟁 금융지주보다 뒤처진 상태다. 이 때문에 KB의 대우증권 인수 여부는 금융그룹 판도 변화를 이끌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 막 트랙에 오른 KEB하나, 시행착오 최소화가 관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영업력 회복을 통한 진정한 리딩뱅크 달성을 취임 일성으로 내놨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통합해 총자산 299조 원으로 단숨에 1등 은행으로 올라섰지만, 대출과 예수금은 각각 3위와 2위에 그친다. 영업 기반이 되는 고객 수 측면에서도 열세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규모와 비교하면 이익은 저조하다.

함 행장이 어제(1일) 취임사에서 "수익이 약한 일류은행은 있을 수 없다"며 획기적인 영업 강화를 통해 일류은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합은 했지만 부족한 것이 많다"며 "영업력으로 보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 통합이 그렇듯 전산통합 등 여러 부문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합병 초기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자산 감소나 고객 이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영업의 달인이라 불리는 함 행장이 이를 얼마나 최소화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글로벌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과 합쳐진 만큼 글로벌 전략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글로벌 전략이나 비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져 다소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간담회 직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리딩금융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해외와 비은행 부문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전부다. 이날 해외를 총괄하는 김한조 지주 부회장(전 외환은행장)이나 김병호 부회장(전 하나은행장·국내 총괄)이 참석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 신한금융 새 화두 "하나의 회사처럼"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리딩그룹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이미 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며 차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어제 창립 14주년 기념사를 통해 "그룹사가 가진 모든 역량을 결집해 고객에게 하나의 회사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M, CIB, 최근의 PWM라운지 등 (은행-증권 간) 단순히 협업을 위한 틀을 마련한 것에 만족해선 안 되고 고객 가치 향상을 위해 그룹 전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서도 "기회를 찾아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출 지역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의 화두는 영업이나 리딩그룹에 있는 게 아니라 그룹사를 포괄하는 질적인 변화에 있었다.

 

하지만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금융지주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신한은행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올 상반기 비은행 이익 기여도가 39%에서 43%로 확대된 점은 반길 일이지만, 은행의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32%나 늘어났지만, 은행은 오히려 6.1% 감소했다. 신한은행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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