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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ELS 장밋빛 전망이 오해 불렀다

  • 2016.01.25(월) 16:19

불완전판매 없다는 은행, 안정적인 상품인줄 알았다는 투자자

"저희 은행에선 한번도 투자상품 손실이 난적 없었다는 것 아세요?

2년 뒤에 써야할 자금이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한다는 기자의 얘기에 한 시중은행 펀드판매 창구에선 채권혼합형펀드와 당시 핫(hot)했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두 가지를 추천해줍니다. ELS상품 투자에 망설이자 은행 직원이 건넨 얘기입니다.

 

정확히 ELS를 얘기하는 것인지 펀드 상품을 통틀어 얘기하는 것인지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습니다. 그 직원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겠죠. 그러면서 덧붙인 얘기는 "H지수가 반토막이 나야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건데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죠"라고요.

 

이것이 지난해 8월의 일입니다. ELS는 지난 한해 뜨거웠던 상품이었지만 당시만해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컸던터라 채권형펀드에만 가입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요.

 

지금생각해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ELS(ELT·ELF 포함)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많은 고객들이 이와 비슷한 권유를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실제로 가입도 했을테고요.

 

 

◇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데...

 

최근 언론보도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담들이 쏟아지는데요.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안정적인 상품 심지어는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인줄 알고 가입했다는 겁니다. 물론 판매직원은 원금손실 가능성도 언급을 했을 겁니다. 투자자는 그 설명을 듣고 잘 들었다는 사인도 했겠지요. 여러 장의 가입 서류와 사인들이 증명(?)을 해줍니다.

 

실제로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지난해 하반기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 대해 샘플링을 통해 ELS 불완전 판매 여부를 점검했는데, 불완전판매가 만연하거나 그러한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과거 불완전판매로 곤욕을 치렀던 사례가 많습니다. 환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의사, 숙박업자 등 전문직 자영업자 등에게 판매된 엔화대출을 비롯해 키코(통화옵션상품), 그리고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를 펀드화한 부동산개발신탁 등입니다. 모두 원금 손실우려가 있는 상품을 팔면서 투자자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팔아서 문제가 됐던 건들입니다. 고의성과 사기성이 더해져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역시 불완전판매로 문제가 됐던 동양사태(회사채·기업어음(CP))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투자자나 은행 모두 투자상품의 손실 가능성에 대한 학습은 많이 이뤄졌습니다. 은행 관계자도 "충분히 상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자필 사인을 받아야만 가입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낮다"고 얘기합니다.

 

 

◇ 장밋빛 전망 내세우며 투자 권유해 오해 자초

 

하지만 분쟁의 소지는 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판매를 늘리는 과정에서 장밋빛 전망을 유독 부각시키고, 은행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하니 투자자들도 혹할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상품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 때문에 이들 ELS상품의 손실이 가시화될 경우 분쟁의 소지는 커보입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판매잔액은 올해 1월 19일 기준으로 37조 원에 이릅니다. 은행별로 지난해 말 기준 ELS판매 잔액을 보면 국민은행이 12조 원, 신한은행 5조 8874억 원, KEB하나은행도 6조 원 가량, 우리은행 4442억 원입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공식적으로 판매잔액을 공개하지 않지만 해당 수치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이 월등히 많습니다. 은행권에선 네트워크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국민은행이 정책적으로 판매를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판매수수료도 챙길 수 있었겠지요. 다른 은행들이 국민은행 만큼 급격하게 판매를 늘리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게다가 손익구조도 다른 은행들은 원금손실구간(녹인베리어Knock-in barrier)을 없애고, 만기 혹은 조기상환 조건만 맞으면 약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노 녹인 ELS상품을 판 반면 국민은행은 녹인 구조의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A 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나빠져서 50% 이상 빠진 지수가 다시 30% 이상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판매된 상품의 경우 3년 만기를 채우는 오는 2018년 이후의 지수를 지켜봐야겠지만 그때까지 은행과 투자자 모두 애를 태우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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