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은행 ATM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인력감축을 불러온 원인으로 비난받던 ATM마저 '감축' 대상이 된 겁니다. 왜일까요? ATM에 대한 은행의 고민, ATM의 흥망성쇠, ATM의 미래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
국내에 은행 자동화기기가 도입된 것은 1975년 입니다. 당시 외환은행은 미국 NCR사로부터 현금인출만 가능한 현금지급기(CD, Cash Dispenser)를 도입하고 1978년 상용화 했습니다.
이후 1984년 조흥은행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Automatic Teller’s Machine)를 도입하면서 은행 자동화기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ATM에는 현금지급 뿐만 아니라 입금, 송금 등의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1988년에는 금융결제원과 금융기관들의 전산시스템을 서로 연결해 특정 금융기관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현금인출, 계좌이체, 잔액조회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습니다. 이를 '현금자동인출기(CD)공동망' 이라고 합니다.
도입 초기에는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아 CD나 ATM 사용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은행업무 처리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과 CD공동망의 개설로 편리성이 입소문 나면서 은행자동화기기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 CD 외환위기로 쇠락-2000년대 ATM 전성시대
1990년대 초반까지는 CD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은행업무는 창구에서 이뤄졌고 좀 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했던 ATM은 CD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살펴보면 1992년 시중은행이 운용하던 CD는 4339대였던 반면 ATM은 24대에 불과했습니다.
은행들은 1994년부터 CD에 비해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주말에도 활용이 가능한 ATM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은행들이 운용하던 ATM은 1994년 663대로 늘어난 데 이어 이듬해인 1995년에는 2566대로 설치대수가 4배 가량 늘어 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ATM이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던 CD는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외환위기로 은행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CD 역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은행들은 이후 지속해서 CD를 줄여 나갔고 2016년말 기준 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CD는 53대만이 남았습니다.
ATM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승승장구 합니다. 창구인력을 대체해 다양한 업무수행이 가능하고 주말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1992년 시중은행들이 24대만 운용했던 ATM기는 20년 정도가 지난 2013년 3만1550대로 1200배 늘어나며 정점을 찍게 됩니다.
▲ 2015년 12월2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 및 정맥인증을 시연하고 있다. |
◇ 끝이 없을 것 같은 ATM 진화 그리고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ATM은 숫자만 늘어난게 아니고 진화도 거듭했습니다. 좀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ATM은 입금, 출금, 계좌이체를 넘어 교통카드 충전, 공과금 납부, 보험금 납부 등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 인증을 허용함에 따라 ATM에서 계좌까지 개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ATM은 손바닥 정맥지도, 홍채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영역까지 도달했습니다. 기대감도 컸습니다. 비대면 실명 인증 방식이 도입된 ATM이 2015년 출시되자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직접 시연에 나섰을 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ATM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첨단기술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뱅킹이 확산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뱅킹은 ATM의 단점이었던 공간의 제약까지 극복하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대면 인증 방식을 허용한 것은 ATM의 진화보다는 디지털뱅킹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은행창구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은행 점포뿐 아니라 ATM만 운영하는 점포도 줄고 있습니다. ATM도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2015년을 기점으로 ATM을 줄이기 시작했고 2년여간 12%의 ATM을 철수했습니다.
은행업계에서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ATM이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여전히 ATM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수단인데다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에서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