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해 "과거에도 박 회장이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식으로 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나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2009년 그룹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동시에 형제의 난이 일어나면서 명예회장으로 퇴진했다가 2011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복귀한 바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박 회장에 대해 사실상 영구히 경영권에서 손 떼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래는 우리은행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 출범식이 끝난 뒤 최 위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 아시아니항공이랑 산업은행이 협약을 진행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 위원장 : 질문이 굉장히 광범히 하다.
기자 : 이번주 중으로 협약이 진행되나?
최 위원장 : 언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좀 지켜봐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회사 측에서 진정성 있는 성의 있는 자구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단이나 당국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물론 재무구조가 안 좋아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이 어려움의 근본적인 상황·배경은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확실하게 지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위원장은 10초 가량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최 위원장 : 과거에도 박삼구 회장이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식으로 된다면 아마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것이 많은 분들의 관측이다.
기자 : 영구히 경영권에서 손떼라는 것이냐?
기자 : 감자하라는 얘기냐?
최 위원장 : 그동안에 이런 상황에 오기까지 된 것에 대해 확실히 책임지는 것을 보여야지 그 다음에 회사가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시장도 신뢰하고 채권자도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강구하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기자 : 사재 출연만으로 안된다는 얘기인가?
최 위원장 : 제가 사재출연, 자회사 매각 등 이런 것들까지 구체적으로 말할 위치는 아니다. 어떤 것이 실현가능하고 어떤 것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선 회사와 채권단이 논의할 문제다.
이날 최 위원장은 즉시연금 관련 삼성생명 종합검사 등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이날 금감원은 종합검사 대상에서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금융위에 계획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연금 분쟁과 관련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신경전에서 금감원이 한발 물러 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자 : 즉시연금이 종합검사 대상에서 빠진것에 대해 금감원과 어떻게 얘기를 나눴나.
최 위원장 : 오늘 오후 금융위 정례회의에 종합검사 계획을 보고한다. 최종적으로 그걸 보겠다. 아시는 것처럼 국회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금감원과 저희가 상의를 했다. 어느 정도 금감원에서도 그러한 것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기자 : 금융위가 케이뱅크 대주주(KT) 심사 결과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 위원장 : 미루고 있는 거 아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이 들어왔으니 조만간 할 거다.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금융위원장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위원회 전체 논의를 해봐야 한다. 그때 충분히 검토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