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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 촘촘해진다

  • 2020.12.01(화) 13:26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육성대상인 핀테크와 달라
이용자에게 예탁금 우선변제…청산업무 외부기관 맡겨

빅테크를 둘러싼 규제망이 촘촘해지고 있다. 영업규모에 따라 가지고 있어야 할 자본금 규모가 늘어나고 고객 예탁금은 외부에 맡겨놔야 할 의무가 생겼다. 청산업무는 외부기관에 맡겨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국내 대표적인 빅테크 업체는 현재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지난달 27일 개최된 한국경제학회 정책심포지엄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빅테크 규제 내용을 정리했다.

①핀테크와 빅테크는 다르다

금융회사 대부분은 고객 접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엔 점포가 있으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왔지만 서비스가 모바일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포를 찾는 발걸음은 눈에 띄게 뜸해졌다. "디지털 전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 과정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핀테크 업체들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모바일상에 선보였고 기존 금융사들은 그중에서 유용한 기술을 채택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금융사 대부분이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빅테크는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금융업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플랫폼을 토대로 회원을 확보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쇼핑과 연계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의 경쟁력이 기술이라면 빅테크의 경쟁력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빅테크는 금융상품 판매 중개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거래가 많아지면 수익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플랫폼 힘이 셀수록 고객 접점이 넓어지는 구조다. 금융권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가만히 있다간 자칫 빅테크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금융사의 기업가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는데 코로나19 이후 빅테크 기업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결제와 대출 등과 같이 기술수용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금융회사가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핀테크엔 문턱을 낮춰야

금융당국 입장도 비슷하다. 핀테크는 육성의 대상이지만 빅테크는 규제의 대상으로 본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도산 위험이 큰 업체가 시장에 들어올 수 없게 한다거나 은행이 받는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소비자 편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당국의 인식을 그대로 담았다. 개정안은 지급수단별 세분화된 업종 7개를 기능별로 통합하고 최소 자본금 수준을 기존 5~50억원에서 3~20억원 수준으로 완화했다. 핀테크의 금융업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하지만 영업규모 확대에 따라 요건은 까다로워진다. 자금이체업자는 분기 영업규모가 30억원 이하이면 자본금이 5억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영업규모가 100억원 이상으로 커지면 자본금은 2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대금결제업자와 결제대행업자도 규모만 다를 뿐 까다로워지긴 마찬가지다.

③카카오페이 망하면 페이머니는 어떻게 되나

소비자 보호도 중요한 이슈다. 윤관석 의원의 전금법 개정안은 예탁금을 맡겨놓은 이용자에게 우선변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가 향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산하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이용자 예탁금인 카카오페이머니는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탁금은 고유자산과 구분해 별도 관리케 하고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하도록 제한했다. 관리 계약을 해지·변경하거나 별도 관리한 예탁금을 인출할 때는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는 매체가 위·변조되거나 해킹당할 경우만 빅테크가 책임을 지지만 앞으로는 무권한거래 전반에 책임이 생긴다.

해당 규제는 외국 빅테크에도 적용된다. 구글은 시티은행과 손잡고 은행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과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출시했다. 아마존과 JP모건도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국 빅테크의 국내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에 따른 대응책 마련 차원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외국 빅테크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국내에 지점이나 영업소를 설치하고 허가 및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탁금 규제도 국내 업체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국 빅테크가 해외에서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엔 전금법을 적용하겠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④"청산업무도 들여다보겠다"

빅테크의 청산업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객자금을 자금세탁으로 활용하거나 내부자금으로 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청산은 대금을 주고받을 때 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A가 B에게 100만원을 송금하고, B가 A에게 50만원을 송금하면 결과적으로 A가 B에게 50만원만 보내게 하는 작업이다.

청산업무는 외부기관이 맡게 했다. 거래 확인과 지급지시 전달, 채권·채무 차감과 결제지시 내역 등이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금융시장 인프라에 관한 원칙의 제1원칙으로 투명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거나 어떤 일을 현재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며 "빅테크 영향력이 점점 세질수록 시장 지배력에 대한 장치 등과 같은 규제 체계가 점점 촘촘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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