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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책+]보험금 산정에 쓴 돈 줄었는데 높아진 예정비, 왜?

  • 2020.12.07(월) 15:34

금감원 '예정손조비' 명확한 산출근거 및 내부통제 반영 지시
내년 상품개정 반영…개발원·회계법인 등 외부기관서도 검증

내년부터 손해보험사 장기보험 상품의 '예정손해조사비'에 대한 별도의 외부 검증 절차가 시행된다. 보험금을 산정하는데 드는 비용인 '손해조사비(이하 손조비)' 비중이 줄었음에도 이를 미리 보험료에 반영하는 예정손조비는 오르고 있어 산정 기준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일부 보험사가 최근 예정손조비를 연달아 올려 보험료에 과다하게 부과하는 문제가 불거졌는데 감독당국 확인 결과 그동안 대부분의 보험사들에서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예정손해조사비 산정기준 '제각각'  

손조비는 보험사가 보험사고 발생 시 사고조사나 손해사정 등 보상할 손해액을 산정하는데 쓰는 비용이다. 예정손조비는 이를 미리 가늠해 보험료에 부과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손조비는 지급한 보험금 대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 가운데 손조비 비중은 5% 수준에서 2018년 4.68%, 2019년 4.43%, 올해 6월 기준 4.29%로 매년 떨어졌다.

그러나 예정손조비는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예정손해조사비를 전수 조사한 결과 대다수 손보사들에서 산출 근거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기간을 너무 짧게 정하거나 실제손해조사비로 나간 것 대비 예정손조비를 많이 잡거나 일부는 적게 잡는 등 기준이 명확치 않았던 것이다.

금감원은 예정손해조사비의 명확한 산출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내부통제에 반영하라는 내용을 지난달 각 사에 전달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계 신뢰도를 고려해 충분한 통계기간을 정하고, 실제 지급한 손해조사비 실적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예정손해조사비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며 "이를 내부통제기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사는 3~5년 정도의 통계기간을 두고 예정손해조사비와 실제 지급한 손해조사비 차이를 고려해 기준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예정손해조사비에 대한 ▲내부검증절차 ▲검증기준 ▲임직원의 책임 등의 내용을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준이 각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보험료가 줄거나 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예정손조비를 과다하게 부과했던 일부 회사들의 경우 보험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외부 검증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실제 적절하게 기준을 마련했는지에 대해 보험개발원이나 외부 회계법인 등을 통해 이를 검증받도록 할 방침이다.

◇ 보험료 꼼수 인상에 감독당국 제동 

이 같은 변화는 일부 보험사가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예정손조비를 올려 보험료를 인상한 것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예정이율 인하 대신 예정손조비를 통해 보험료를 인상했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운용해 낼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보험료 산정 시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할인하기 때문에 예정이율을 낮출 경우 보험료가 인상된다. 통상 0.25% 인하 시 보험료는 5~10% 가량 오르는데 보험료 인상폭이 큰 만큼 감독당국에서도 주시하는 부분이다.

올해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하되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5월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춰 보험료를 인상했다. 낮춘 예정이율은 2.0~2.25%대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예정이율을 낮추지 않아 2.5%를 유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높이지 않은 것처럼 보여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료에 반영되는 항목인 예정손조비를 상품별로 차등화해 인상하고 운전자보험 등 일부상품은 올해 들어 7%포인트 가량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이 올해 1%포인트 가량 인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예정손조비는 과거 사업비로 분류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지만 국제회계기준인 IFRS 도입 후 2010년대 초반부터 위험보험료 항목으로 분류됐다. 보험요율은 보험업법상 구체적인 산출기준을 가지고 산정토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지만 예정손조비는 위험률, 사업비와 분리해 산출하도록 하고 있어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정손해조사비는 회계 상 손해액에 들어가지만 사업비나 위험률에 포함하지 않고 보험료 산출시 별개로 산출해야 한다"며 "일종의 그레이영역(회색지대)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 자체는 내부 통계를 기준으로 각사에서 정하는 만큼 기존에 실제 지급한 손조비보다 낮게 한 곳들은 보험료에 더 반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과다하게 올린 곳들은 보험료 인하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시간 등을 고려해 내년 1월~4월 등 각사의 상품개정시기에 맞춰 이를 반영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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