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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 집 샀는데…' 회색코뿔소 된 부동산금융 리스크

  • 2022.05.23(월) 15:04

가계·기업대출 등 위험노출 규모 4년간 43%↑
집값 하락 실물경제 전이 우려…정교한 대응해야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 주택 매입 확산에 부동산금융 위험 노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의 통화긴축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위험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 뻔히 보이지만 관리되지 않는 대형 위험이란 뜻의 경제용어)'처럼 커진 국내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에 선제적 모니터링과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금융, 지나치게 커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 현황과 리스크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금융 전체 위험노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566조4000억원으로 2017년말(1797조1000억원) 이후 4년간 42.8% 급증했다.

부동산금융은 가계나 기업이 부동산 취득‧임대‧개발 등과 관련해 발생하는 자금조달이나 이로 인한 자금흐름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 관계를 금융상품화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투자하는 활동도 포함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부동산 시장 호황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급증한 시중 유동성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부동산과 관련 금융투자상품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연구원 분석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0.5% 수준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고, 이 기간에도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금융 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금융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8년 6.9%에서 작년에는 12.4%로 기울기가 갈수록 커졌다. 명목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24.7%(21년 말)로 확대됐다. 

부동산금융 상품별로 보면 전체의 49.4%로 비중이 가장 큰 가계여신(1267조2000억원)은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997조1000억원)과 금융투자상품(307조5000억원)은 각각 17.2%와 13.5% 늘어났다. 개인들도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에 나섰지만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의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여신은 부동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분양보증과 임대보증금 보증이 확대되면서 증가 폭이 컸다"며 "금융투자상품은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 유동화 등으로 MBS(주택저당증권) 발행이 늘어나 부동산 펀드와 리츠 시장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 대비해야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부동산금융 리스크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금융부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연구원 지적이다.

실제 부동산금융 규모를 리스크 최종부담 주체(대출 차주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리스크를 최종 부담하는 주체) 비중 별로 보면 금융기관이 52%(1341조6000억원)였다. 이 중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각각 55.9%(750조1000억원), 44.1%(591조5000억원)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주목할 대목은 비은행권 비중이 최근 5년 동안 4.4%포인트 상승하며 은행권보다 빠르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은행권 중심으로 강화돼 비은행권의 고위험대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관련 금융기관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 리스크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안정성과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여타 금융자산가격 하락 때보다 클 수 있다는 게 금융연구원 지적이다.

신용상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외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금융여건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리스크 선제적 점검과 대응책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 과제"라며 "부동산금융 관련 상품 형태가 다양하고 부동산 시장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노출 형태, 금융업권별 리스크 정도도 달라 세부적이고 차별화된 대응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5~7년 이상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고, 앞으로는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이 과정에서 규제 완화 중심의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지적인 과열 양상이 나타나 시장 혼란이 더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유동성 축소, 실물경제에 대한 부담과 그 동안 누적됐던 집값 거품이 사라지면서 향후 집값은 지속적인 상승보다 변곡점을 거쳐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다만 새 정부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부 지역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대심리로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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