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단행이다. 3회 연속(올해 4월, 5월, 7월) 금리 인상도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관련기사: 치솟는 물가, 한은 결국 빅스텝 밟았다(7월13일)
제2금융권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인상은 작년 하반기부터 추세가 본격화했지만, 그 기울기는 처음 우상향을 시작한 때보다 훨씬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카드·보험·저축은행업계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대응 전략을 세우고 수행하기가 더욱 급박해진 것이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여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캐피탈 업계는 조달 비용 증가를 넘어, 조달 차질까지 걱정하게 된 상황이다. 이미 여신전문업계 자금조달 여건은 2년 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과 함께 불거진 유동성 위기 때보다도 나빠져 있다.
지난 1일 기준 현재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스프레드(AA-, 3년만기)는 116베이시스포인트(bp, 1bp는 0.01%포인트)로 2020년 최고점(92bp)를 넘어섰다. 여전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 6월 마이너스(-3000억원)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상위권 카드사들이나 늘어난 비용 부담을 감내하면서 자금 조달을 하고 있지, 중하위권은 조달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 한 캐피탈사 대표이사는 "자산 증가는 반토막인데 조달 비용은 두세 배로 불어난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달금리가 더 오르면서 카드·캐피탈사의 하반기 영업실적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중소형 캐피탈사는 생존 어려움에 처할 우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신업체들은 조달 차질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저신용자 리스크 관리,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 인상 등도 저울질하고 있다. ▷관련기사: 요율인하에 조달금리까지 상승…카드사는 웁니다(7월11일)
보험사들에게 금리인상은 수익성 확보 면에서는 부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자산 건전성 규제 기준을 맞추기 급급한 중소형 보험사들에게 큼직한 악재다.
일단 금리 상승은 보험사들에게 장기적으로 호재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 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보험사의 운용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생명보험사가 58.7%, 손해보험사는 45.7%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말 2.25%에서 올해 6월말 3.64%까지 상승했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 역마진 폭이 금리 상승과 함께 줄어든 것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보험사 재무건전성 측정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이 변수다. 채권을 매도 가능증권으로 분류할 때 금리 상승으로 채권값은 떨어져 RBC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업계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RBC가 1~5%포인트 하락한다고 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RBC 비율은 주요 15개 생명보험사가 평균 179.7%로 3개월 전보다 42.6%포인트 하락했다. 손해보험사 10곳은 평균 181.3%로 3개월 전보다 20%포인트 떨어졌다. RBC는 보험업법상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고, 150%가 권고치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익성 돌파구 없이 조달비용 인상만 감내해야 하는 고충이 더욱 심해졌다. 대출금리 상단이 막혀있는 탓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20%)까지 내려와 있고, 중금리 시장도 인터넷은행의 가세로 경쟁이 치열해져 오히려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수익성 방어 고민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