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환손실 등이 발생했지만 대출자산 성장과 효율적인 비용 관리에 힘입어 10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에 내줬던 3위 자리도 탈환했다.
하나금융은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과는 무관하고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리스크는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3위 탈환'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3분기 순이익은 1조1129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0.8%, 전 분기대비 36% 성장한 숫자다. 시장 기대치(9370억원)도 뛰어넘었다.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82%로 전분기보다 0.02%포인트 개선됐다.
깜짝 실적 배경으로는 대출자산 성장과 효율적인 비용관리 효과라는 게 하나금융측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3분기에 1368억원 규모의 FX(외환거래) 환산손실이 발생했지만 리스크 관리 노력으로 이를 만회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부사장)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대출자산의 안정적 증대로 이자이익이 증가했다"며 "원화 약세로 환손실이 인식됐지만 비용관리 능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룹 이자이익은 6조4870억원으로 작년보다 19.4% 증가했다.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카드사 NIM은 정체했지만 은행 NIM이 개선된 영향이다. 다만 수수료이익은 1조3690억원으로 5% 감소했다. 여신관련 수수료가 늘었음에도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환급 등으로 신용카드 수수료가 줄었고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른 자산관리 수수료 약세, 업황 악화로 IB 수수료가 하락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한 분기 만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분기에는 코로나19 유예여신 관련 대손충당금 선제 적립(1243억원)과 비화폐성환차손(846억원) 발생 등으로 우리은행에 밀리며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작년보다 6.3% 증가한 2조8494억원을 기록하며 우리금융(2조6617억원)을 따돌렸다.
증권·카드 부진에도 캐피탈 성장
그룹 주요 계열사별로는 주력인 하나은행이 성장을 이끌었다. 3분기 순이익은 8702억원으로 15.2%(이하 전년 동기대비) 증가했다. 기업 중심 대출자산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반관리비와 대손충당금 관리 노력 효과다.
반면 하나증권과 하나카드는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나증권 순이익은 30.4% 감소한 1464억원에 그쳤다. 하나카드 역시 수수료 비용과 조달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16.8% 줄어든 469억원에 머물렀다.
3분기에는 하나캐피탈이 힘을 냈다. 31.9% 성장한 8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리테일 중심 수수료이익과 매매평가이익 등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연착륙 지원을 위해 금융부담을 낮추고 가계대출 실수요자를 위한 맞춤 금융 지원을 주요 관계사들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한다. 배당 증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승 CFO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과 별도로 신규 주식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의 주주환원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레고랜드 PF ABCP(자산유동화증권)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PF와 관련해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승 CFO는 "레고랜드 ABCP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하나증권은 물론 어떤 자회사도 해당사항이 없다"며 "부동산PF는 공정률과 분양률, 공사현장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사후관리 강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해 자산증대 안정성을 견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