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인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10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국내 회사채 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부와 금융권은 대규모 자금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돈을 풀고 있다. 한국은행에도 자금 공급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세진 '빅스텝' 압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간담회에서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5%를 웃도는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해 물가 중심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총재 의견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5.7%를 기록, 3개월 만에 상승폭을 확대했다.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국제유가의 일시적 안정세 등으로 상승폭을 축소했지만 이내 오름세로 전환했다.
미국 연준도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며 정책금리 상단이 4%에 도달했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상 중단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자이언트 스텝이 아닌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한은 금통위는 올해 한 번의 통화정책 회의만 남겨둔 상태다. 물가 상승 압력, 한미 금리차 확대 등을 감안하면 빅스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금경색에 경기침체까지…
문제는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이다.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시장에 자금공급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50조+@' 정책을 발표했고, 5대 금융지주 역시 유동성 공급 등을 포함해 연내 95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에도 자금 공급을 요청했고, 한국은행은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약 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기구인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 설립과 비은행 금융 특별대출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기사: [레고랜드 금융대란]⑤한은의 대응 스텝…'살금? 충분?'(10월27일)
당장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위험성이 커진 만큼 자금을 공급하지만 지나친 통화 공급은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회사채 금리 뿐 아니라 기업대출 금리도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오는 8일 국제수지(9월 기준)와 9일에는 10월 기준 국내 금융시장 동향이 발표된다.
앞선 8월의 경우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9월 금융시장을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1조2000억원 줄었고, 기업대출은 9조4000억원 증가했다.
CBDC 2단계 실험 결과는
한국은행은 7일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 결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1단계 사업에선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기본 업무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구현했다. 2단계는 1단계 결과를 기반으로 추가기능(오프라인 결제 등) 구현과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태에서 송금과 대금결제(오프라인 결제), 디지털자산 거래와 국가간 송금 등 CBDC 추가 기능을 구현한다. 또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과 분산원장 처리성능 확장기술 등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었다.
한국은행은 2단계 사업 종료후 1단계 사업 결과를 포함해 CBDC 모의 실험 연구사업에 대한 종합 평가를 수행한다. 향후 IT와 금융 등 관련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CBDC 활용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