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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보험개발원 실손 청구 중계, 이뤄질까?

  • 2023.02.17(금) 10:08

보험개발원장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물꼬 트겠다"
별도 시스템 개발 등 비용문제 탓에 업계 '떨떠름'
"보험개발원이 왜?" 협회와 은근한 신경전도

보험개발원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으로 가장 적합한 조직입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의 발언이 보험업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나서서 중계기관으로 지정해 달라는 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작심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죠. 이유는 허 원장의 과거 이력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언론대응 및 홍보를 총괄하는 공보국장을 지냈죠.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현장에서 자신의 발언이 기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해석될지, 카메라에 어떻게 비칠지 모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발언들도 본인이 자처한 기자간담회 질의응답(Q&A)에서 나왔습니다. 당초 보험개발원에서는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은 생략하겠다고 했었습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사진=보험개발원 제공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며 나온 대안입니다. 시행되려면 병원이 제출한 환자 진료내역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계하는 기관이 필요하죠.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유력한 중계기관으로 거론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으로 유력했던 심평원이 병·의원 진료 내역을 들여다보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책이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두자는 겁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요율 산출과 보험상품 개발, 보험 통계 관리·이용 등 업무를 맡고 있죠. 정보처리가 가능한 기관으로 의료계가 우려하는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 진료 정보 집적 우려를 덜 수 있는 곳입니다.

일부에서는 은행, 카드, 보험 등 6개 금융협회의 모든 신용정보가 집중되고 보험정보와 기술정보도 모이는 한국신용정보원의 중계기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죠. ▷관련기사 : [보푸라기]실손 청구 간소화 '급물살', 소비자 득실은?(2월 4일)

"약 800억원 드는데"…보험업계 떨떠름 

그런데 보험업계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속내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악용을 막으려면 비급여 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수라고 보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 의료 및 약가를 심사하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겁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입법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도입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니까요.

돈문제도 있습니다. 심평원은 이미 병·의원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어 중계기관으로 지정되도 별도 시스템 개발에 큰 품이 들지 않습니다. 심평원이 중계기관이 되면 "보험사가 코드 하나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죠.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다릅니다. 관련 중계 전산망을 구축하고, 병·의원에서 보낼 정보부터 새롭게 정의하고 협의해야 하죠. 관리 인력도 채용해야 하고요. 업계에서는 부담해야할 돈이 총 800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합니다.

보험개발원은 비영리 법인이니 비용은 고스란히 보험사들 몫으로 돌아올테죠. 여기에 보험개발원이 공공기관이 아니다보니 중계 운영비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요.

/그래픽=비즈워치

보험업계 유관기관 '동상이몽'

생보·손보협회는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이 지정될지, 신용정보원이 지정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관련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은근히 불편해하는 분위기입니다. "무슨 근거로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으로 꼽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업권 유관기간간 미묘한 경쟁구도가 있어서인데요. 특히 손보협회는 보험개발원이 실손보험에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지 않을 겁니다.

보험개발원도 내부적으로는 신용정보원이 중계기관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더 높게 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허 원장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죠. 보험개발원은 산하에 있던 보험연구원이 떨어져 나가고, 보험금 청구 이력 등이 담긴 보험사고 정보시스템(ICIS)을 신용정보원에 내주며 위세가 떨어진지 오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무리를 하더라도 실손보험 중계기관 지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네요. 

변수는 의료계의 반발입니다. 중계기관을 보험개발원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전해지죠.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는 오는 27일 법안심사 1소위를 열어 금융 관련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21대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6건 발의돼 있죠. 마침내 결말을 맞을 수 있을지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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