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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비율 맞추려 고신용자 대출 잠그는 인뱅

  • 2023.07.18(화) 19:20

3사 1~4월 중·저신용자 공급액 전년비 4385억↓
고신용자 대출 늦춰 규제대응…연체율 걱정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1∼4월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대출 공급액이 작년 동기 대비 4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에 인뱅들은 고신용자의 신규 신용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다.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체율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맞추려 → 고신용자 대출을 잠그고 →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니 → 연체율은 여지없이 상승하는 '악순환'의 굴레다. ▷관련기사: 중저신용자 늘렸더니 건전성이 문제?…인뱅 '속탄다'(7월6일)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 줄었다…건전성 관리가 우선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 / 그래픽=비즈워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올해 1∼4월 취급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은 2조7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5085억원)보다 17.48% 감소했다.

개별 은행으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1~4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은 1조900억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동기(8685억원) 대비 25.5%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올해 1~4월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은 6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00억원)보다 37.6% 감소했다.

다만 토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1~4월 신규 공급 가계대출 대비 중·저신용자 비중이 33.9%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오히려 45.6%로 높아졌다"며 "작년 1~4월은 본격적인 여신 영업을 시작해 전체 대출이 급히 늘어나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또한 중·저신용자 대출로 3500억원을 공급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00억원) 대비 44.4% 줄어든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5월 중저신용자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이 줄어든 것은 연체율 상승에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평균 대출 연체율은 0.85%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연체율(0.29%)의 3배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평균 신규연체율 또한 1분기 기준 0.46%로 4대 시중은행(0.22%)보다 0.24%포인트 높다. 

그러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허가의 대가로 받은 주요 과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촉진,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도입됐다. 빅데이터 등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되었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조건이었던 셈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 대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규모를 의미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으로 신용평점 하위 50%(4등급 이하)에 대한 대출이다. 따라서 고신용자 대출에 비해 연체할 확률이 높아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이 크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 증가 배경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를 꼽았다. 한국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 개선 및 포용금융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대출 건전성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포용과 건전성 사이 '줄타기'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은 올 연말까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는 44%다.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 완화를 요구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그래픽=비즈워치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보다는 관련 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 관리 능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 완화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역으로 고신용자 대출을 잠그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일반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중·저신용자 전용인 신용대출 플러스를 비롯해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대출, 사잇돌대출만 이용이 가능하다. 마이너스통장 대상도 전체 고객에서 연말까지는 중저신용자로 제한을 뒀다.

케이뱅크의 이런 행보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달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지난 3월 말 기준 23.9%인데, 올해 연말까지 32%로 늘려야 한다.

카카오뱅크도 한시적으로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일일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매일 정해진 한도가 다 채워지면 그날은 더 이상 대출을 내주지 않는 방식이다. 한도 초과로 중단된 대출은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재개된다. 이 또한 고신용자 비율을 조절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보하려는 방책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모두 충족하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규제 비율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인위적인 고신용자 대출량 조절보다는 신용평가모형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중저신용자 포용의 기반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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