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대출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증가폭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6조원 이상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확대를 이끌었다.
기업대출은 9월 한달간 10조원 이상 늘며 올들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회사채는 순상환을 이어갔다.
가계대출 증가세 꺾였지만…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5월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되던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 6조9000억원과 비교해 2조원 줄었다. 금융권이 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에 취급조건을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추석 연휴에 따른 은행 영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증가폭이 줄었지만 절대 수준은 여전했다. 지난 9월 은행 주담대는 6조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9월 기준으로 2009년이후 두번째로 큰 수치다.
은행 주담대는 올해 2월 이후 매월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월별 주담대 증가폭은 △3월 2조3000억원 △4월 2조8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6조9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7조원 △9월 6조1000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전세자금대출은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기타대출은 명절 상여금 유입과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등의 영향으로 1조3000억원 줄었다.
금융권에서는 10월에는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가을철 이사 수요가 많고, 신용대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은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을 중단하는 등 주담대 억제에 나서고 있어 10월부터는 가계대출 공급이 일부 제한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주택경기 전개양상, 정부 대출규제 조치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채 대신 은행 찾는 기업들
은행 기업대출은 9월 한달간 11조3000억원 늘어나면서 올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9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대기업 대출이 4조9000억원 늘어나며 전월 2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을 늘렸다. 중소기업 대출도 6조4000억원 늘어나면서 전월 5조2000억원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 각각 올해 1월,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자금수요가 증가하면서 제조업 중심 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과 추석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은행으로 쏠리면서 회사채는 순상환을 이어갔다. 9월 한달 회사채는 8000억원 순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어음(CP)와 단기사채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순발행되면서 전월 1조8000억원 순상환에서 지난 9월 2조원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CP의 경우 올해 1월 6조9000억원 순발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 수신자금 큰 폭 증가
지난 9월 은행 수신은 27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9월말 수신 잔액은 2283조4000억원이다.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등의 유입으로 한달 동안 23조1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가계자금 순유입에도 만기 도래한 법인자금이 인출되면서 전월 대비 3조7000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9월 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인출하면서 지난 9월 머니마켓펀드(MMF)가 7조9000억원 줄어든 반면,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 기타 펀드에 6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채권형 펀드에는 2조8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지난달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진 반면,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는 각각 8000억원, 2000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