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충격적인 3분기를 보냈다. 3분기 순익규모가 전분기와 비교해 지난 2016년 '빅배스'(대규모 손실 처리)를 단행했을 당시보다 순익 감소폭이 두배 이상 컸다.
모든 영업지표가 안좋았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전분기와 비교해 줄었다. 금융시장의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는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이 '선방' 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적 반토막 난 3분기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배기업 소유지분 당기순이익이 33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분기 7587억원과 비교해 55.3% 줄었다.
올해 3분기 금융지주들이 녹록지 못한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순익은 모두 전분기와 비교해 줄었다.
다만 농협금융지주의 실적감소폭은 독보적이다. 조선·해양업 구조조정으로 빅배스를 단행했을 때 보다 순익 감소폭이 더 클 정도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연간 순익이 전년 대비 20.2% 줄어든 바 있다.
핵심 영업지표가 모두 전분기보다 악화했다. 이자이익은 2조1488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3% 줄었다. 비이자이익은 1431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72%나 빠졌다. 기타영업이익도 지난 2분기와 비교해 72.3% 감소했다.
나가는 비용 부문을 살펴보면 충당금 규모는 지난 2분기 5504억원에서 올해 3분기에는 5032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관리비의 경우 올해 2분기 1조686억원이었지만 3분기에는 1조2059억원으로 뛰었다.
농협금융지주측은 다른 금융지주들이 2분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 이후 3분기 들어서는 충당금 적립규모를 줄인 것과 달리 지속해서 미래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등은 올해 3분기 충당금 적립 규모를 전분기의 절반 가까이로 줄였다.
농협금융지주는 "미래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충당금 추가적립 등이 있어 올해 3분기까지 1조346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거뒀던 점이 위안거리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지주 설립 이후 반기 최대 규모인 1조7058억원의 순익을 올린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3분기까지 농협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순익은 2조450억원이었다. ▷관련기사 : 비이자이익 덕에 최대 순이익 낸 농협금융
버텨준 계열사가 없었다
올해 3분기 은행 계열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이 일정 수준의 순익규모를 유지하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후퇴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모든 계열의 순익이 후퇴했다.
먼저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3582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 2분기 5749억원과 비교해 37.7% 줄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모두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충당금도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를 적립했다.
다만 일반관리비가 지난 2분기에는 7718억원이었던 것이 3분기에는 9271억원으로 20.1% 뛰었다. 게다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기타영업부문의 손실규모가 2분기 289억원에서 3분기에는 1627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은행과 함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NH투자증권의 순익도 줄었다. 올해 3분기 NH투자증권의 순익은 1008억원으로 지난 2분기 1827억원보다 44% 감소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운용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 계열사는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은 각각 57억원, 462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 NH농협생명은 268억원, NH농협손해보험은 623억원의 순익을 거둔 바 있다. 신 회계제도 도입의 영향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운용 부문에서 투자손익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민금융 계열사인 NH농협캐피탈과 NH저축은행 등도 고금리로 인한 부실채권 확대 가능성에 순익규모가 줄었다. 올해 3분기 NH농협캐피탈은 201억원의 순익을 냈고 NH저축은행의 47억원의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