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작업을 중단하면서, 향후 우리은행이 내놓을 상생금융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또한 정부가 바라던 방안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상생금융에 힘을 더 실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0일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상인 또한 "우리금융지주에게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지만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왜 선제적으로 '인수 검토' 발표했나
우리금융 인수 검토 중단은 매각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로 요구한 금액은 약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재무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인수 의지가 크지 않은 매물에 대해 사전에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로 언급해 왔던 증권사나 보험사 대신 기존에 갖고 있던 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하겠다는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정부의 코드에 맞춰 가기 위한 것 아니었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7월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민간 금융사들이 이를 인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이 '이자놀음' 등에 대한 비판을 경계했던 분위기인 만큼, 상생금융 실천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당국의 기조를 따라야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특히 관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당국의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초과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은행들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시스템 리스크를 막아주는 차원에서는 상생금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금융지주들에게 이를 인수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거세진 '은행 때리기', 상생금융도 구체화
반대로 우리금융이 지난 20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중단을 밝힌 것 또한 '상생금융'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 때리기'나 상생금융과 관련한 방안이 비교적 뚜렷하지 않았던 지난달과 비교해 이번달 들어서는 분위기가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부터 '은행 종노릇' 등의 발언을 연이어 쏟아낸 이후 당국과 금융권은 상생금융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상생금융과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방안 또한 보다 구체적인 규모를 논의하는 식으로 빠르게 바뀌어 간 셈이다.
은행들은 연내 구체적인 상생금융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상생금융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금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당국이 '횡재세 규모'를 언급한 만큼 은행들이 2조원 규모의 기여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 출신'인 임 회장이 내놓을 상생금융 규모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일종의 '상생금융' 차원에서 검토한 저축은행 인수보다도, 납득할 만한 상생금융 규모를 내놓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 된 셈이다.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하면서 상생금융 규모와 관련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주길 바라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인수를 중단하면서 다소 난처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달 들어 '상생금융'에 발맞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8일 서울 남대문시장상인회와 광장시장 인근 우리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잇따라 방문했고,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은 13일 영등포전통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연내 은행연합회를 통해 전체적인 상생금융 규모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