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은 불확실성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그 동안 이자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누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등이 금융권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부동산 1조 손실? 글로벌 경기 관건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대출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 투자규모는 10조4446억원이다. 이에 대한 현재 자산가치는 9조3444억원으로 투자대비 1조1002억원 줄어든 상태다.
금융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비용 인식 혹은 충당금으로 대응해왔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투자원금 대비 평가가치가 가장 크게 하락한 하나금융(-12.22%)의 경우 하나증권 등 해외 부동산 투자 영향이 컸다. 해외 투자자산 평가손익과 충당금 확충 등으로 하나증권은 지난해 적자(2708억원 순손실)를 기록했고, 이 영향으로 하나금융은 실적 성장세가 멈췄다.
하나금융 뿐 아니라 KB금융(-11.07%)과 농협금융(-10.73%)도 투자대비 자산가치가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7.9%와 -4.95%이다.
이는 투자대비 현재 자산가치로 단순화해 평가한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 배당이나 수익 등도 발생했지만 이 같은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은 국내 부동산 PF 부실 우려 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침체로 관련 대출이나 투자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투자 손실과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비용 인식과 충당금 확충 등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 등 투자자산 관련 손실은 실적에 반영했고 대출자산은 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응했다"며 "그 동안에도 리스크가 있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과 맞물려 숫자가 더 크게 체감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이 본격화할지 단순 우려로 그칠지는 글로벌 시장에 달렸고 현 시점에서 파급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라며 "IB(투자은행) 시장에선 금리 턴어라운드(인하) 시기가 오면 시장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은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명했다.
H지수 ELS 배상도 부담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투자 손실에 대한 배상도 주요 변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약 1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 1분기 만기 도래 규모는 3조9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15일 기준 만기 도래한 상품은 1조1746억원어치로 이 중 원금 손실액이 6000억원이 넘어선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2차 현장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를 통해 각 금융사별 문제점을 유형화·체계화해 이르면 이달 말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각 금융사별로 판매액에 따른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지만 배상안이 확정될 경우 배상액은 올해 실적에 비용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민생금융 지원방안처럼 ELS 배상 시점에 맞춰 비용 인식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향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