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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밸류업 명암]①뚜껑 열어보니…누가누가 잘하나

  • 2024.11.06(수) 08:05

연초부터 은행주 끌어올린 '밸류업' 기대감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등에서 차별화 꾀해

은행주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금융지주들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웃고, 차주들은 우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대응은 물론이고 해외 선진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자본력 확대 등과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과연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지주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은행주 밸류업의 명암을 살펴본다.[편집자]

'무거운' 저평가 주식으로 꼽혔던 은행주가 올해들어 간만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해 온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7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모두 마쳤다. 일부 금융지주들은 '통 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각 금융지주들은 전체적으로는 주주환원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엇비슷한 틀에서 주주환원정책을 내놨다. 반면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서는 각사의 상황에 따라 규모를 달리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정부가 이번 밸류업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들도 '주주환원'을 핵심 이슈로 두고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환원 '리딩금융'은

주요 금융지주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제시했다. 총주주환원율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상향해 2027년 50%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중장기적 주주환원율 목표치로 50%를 제시했다.

KB금융은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에 CET1비율과 연동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CET1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초과자본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CET1비율과 연계한 주주환원은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선도 금융사의 주주환원 방식으로 CET1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총주주환원율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3분기 말 KB금융 CET1비율이 13.85%로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데다 13.5%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지주 가운데 주주환원율이 가장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CET1비율을 유지하며 초과자본을 전액 주주환원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해 시나리오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RWA 성장률 5% 기준으로 이론상 약 51.5%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핵심 된 CET1비율

주요 금융지주들은 총주주환원율과 함께 목표 CET1비율도 제시했다. CET1비율은 순정자본인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주환원 여력을 보여준다.

신한지주는 CET1비율 관리 목표를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3%~13.5%수준으로 CET1비율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전년도 말 CET1비율 13% 초과 자본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중 CET1비율이 13.5%를 넘어설 경우 초과 자본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은 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연간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목표치도 제시했다. 

KB금융은 연간 5% 수준으로 RWA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GDP 명목 성장률 수준을 제시했고, 우리금융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4%의 RWA 성장률을 맞추기로 했다.

신한지주는 별도의 RWA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약 5% 수준의 연간 RWA 성장률 목표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참석한 뉴욕 IR 현장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확대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도 확대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가 되기 전까지는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늘리는 게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타 금융지주 대비 유통주식수가 많은 신한지주(5억939만주)는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총 주식수를 4억5000만주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연평균 1000만주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전체 주주환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3년 13%, 올해 31%(예상치)에서 2027년 47%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이 40% 이내일 경우 현금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실시하고, 배당 초과분 전액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총주주환원율 40% 초과 시 현금 배당성향 30% 초과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현금배당의 경우 현재 시행 중인 분기균등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 가시성을 높일 계획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되면 주당배당금(DPS) 상향 조정도 가능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통상 현금배당의 경우 연말배당을 진행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 경우 '깜깜이 배당'으로 인한 배당락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중장기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라며 "가시성 있는 주주환원정책을 위해 분기균등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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