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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밸류업 명암]③해외투자·M&A '중장기 성장' 소외될라

  • 2024.11.12(화) 08:05

위험가중치 높은 지분투자 등 축소 불가피
단기 주주환원에 밀려 근본 경쟁력 강화 위축될수
자본 낮은 수준, 늘어난 이익 '더 쌓는' 노력 필요

밸류업이 단기에 배당성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근본적인 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한 밸류업은 되레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투자, 인수·합병(M&A), 사업다각화 등의 성장전략은 기본적으로 '자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당장에 자본비율을 맞추고 주주환원에 집중 하다보면 이같은 중장기적인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늘어난 이익을 '자본'으로 더 쌓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투자·사업다각화 등 '발목'

밸류업 정책으로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CET1비율 산정 시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 확대 부담 또한 커졌다. 이는 중장기 투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일례로 PF대출은 대출 중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정해진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데, 이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150% 수준인 반면 비상장주식 투자에는 4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CET1 비율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지분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은행들은 지분투자를 신규 수익원 창출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환원책 강화로 자본 활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플랫폼에 은행 상품만 공급하는 소싱 업체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라며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되는데, 자본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운영리스크 등 다른 측면에서 RWA 축소 노력을 해야 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해외사업 또한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 국가에 신규 진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금융사를 인수해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권이 '관망'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은행들의 해외 신규 투자는 과거 대비 위축된 모습"이라며 "자본비율 관리 필요성 및 적정 매물 물색 등의 이유로 내부적인 검토를 하며 숨고르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밸류업'…자본 더 쌓아야 하는데

주주환원 이전에 '자본'을 더 쌓는 노력 또한 더욱 절실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매해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는 '글로벌 1000대 은행'을 발표한다. 자본금, 이익잉여금, 신종자본증권 등 은행의 자본 건전성지표인 기본자기자본 기준으로 산정한다. 지난해 발표 기준으로 국내 은행중 가장 순위가 높은 은행인 KB금융과 신한금융도 각각 60위, 63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자본적정성 수준이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자본을 더욱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의 주주환원을 최우선으로하는 '밸류업'에 추가적인 자본 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올해처럼 예상치 못하게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냈을 때 이 이익을 어디에 쓸지는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지만 자본을 쌓아 지속가능하고 안정성 있는 성장과 수익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력을 높이는 정책이 꼭 밸류업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1~2년새 배당성향을 높인다고 은행의 본질적인 밸류없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장기적으로 판단, 수년후에 배당여력이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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