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해들어 사실상 '반 년' 동안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부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으로 현장검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달 정기검사까지 이어지면 6개월을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셈이다.
부당대출 건으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거취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리더십 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러는 사이 앞서 '기업금융 명가', '1등 은행'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은 물론이고 영업조직 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앞당긴 정기검사…연말까지 '쭉'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금감원의 현장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손태승 전 회장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내부 제보를 받아 6~7월 우리은행에 대한 1차 현장검사를 진행했고, 지난 8월 9일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22일부터는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2차 현장검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내년으로 예정됐던 정기검사를 10월 초 앞당겨 진행하기로 하면서 우리은행은 사실상 올해 말까지 줄곧 금감원의 검사를 받게 됐다. 정기검사는 통상 1~2개월 가량 진행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은행의 정기검사를 앞당긴 건 이례적이다. 특히 금감원이 KB금융·국민은행과 동시에 4대지주인 우리금융의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점도 그렇다. 기존에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이 4대 지주인 우리금융·은행을 검사하지만, 같은 시기에 KB금융·국민은행 검사가 이뤄지는 만큼 이번에는 2국에서 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우리금융 정기검사가 기존에 BNK금융 정기검사를 미루면서까지 앞당겨 진행되는 상황이다. BNK금융 정기검사는 은행검사2국이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2019년 마지막 정기검사 이후로 5년이 지난 상태다. 우리금융이 내달초 정기검사를 받게 되면 약 2년 반만에 정기검사를 받는다.
최근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건에 연일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 및 은행 검사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 운영리스크 등 리스크관리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4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문제가 되는 리스크와 자산 확장 과정에서의 리스크 등이 있기 때문에 경영실태평가 3년을 넘기기 전에 현 단계에서 경영실태평가를 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에서) 고액 여신이라든가 (보험사 인수 등)특정 리스크가 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순이익 1등 은행' 외쳤는데…
이처럼 '고강도' 정기검사를 앞둔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의 부담은 적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약 6개월 가량 끊임없이 금감원 검사를 받는 상황이라 당초 목표로 밝힌 '기업금융 명가 재건' 및 '순이익 1등 은행' 등의 목표 달성은 이미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7월 취임과 함께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해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기업금융 명가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1등은행 DNA'를 다시 일깨우겠다면서 '2024년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 달성'을 선언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순익은 5대 시중은행 중 4위에 머물렀다. 하나은행(3조4766억원)이 '리딩뱅크'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KB국민은행(3조2615억원), 신한은행(3조677억원), 우리은행(2조5159억원), 농협은행(1조780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충당금 적립 등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순익이 뒷걸음질치면서 '3조 클럽' 진입도 실패했다.
지난 상반기 우리은행의 순이익(1조6730억원)은 4대 시중은행 중 3위를 기록하면서 전년 말 대비 한 계단 올라섰다. ELS 관련 충당부채로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한 KB국민은행만 겨우 따돌렸다.
하반기까지 '1등 은행'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 등으로 잇따른 검사가 이뤄지고 업계 안팎의 날선 비판과 조직 내부 계파 갈등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내부 사기 또한 떨어졌다는 시각이다. 영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고객 신뢰도는 최근까지 잇따라 발생한 거액 횡령 사건 등으로 연일 추락해 왔다. 여기에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까지 더해지며 고객 신뢰 회복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업점에서도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기존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고강도 검사가 장기간 이뤄지는 데 대한 피로감이 있는 데다 우리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조직 분위기 또한 가라앉아 있다"라며 "일반적인 딜 추진은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태 수습해야 할 리더십도 '흔들'
무엇보다 이같은 사태를 수습해야할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을 정조준하며 압박하고 있다. 부실한 대응을 문제삼으면서 정기검사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데 대해 지주와 은행 안팎에서 책임론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안팎의 시끄러운 틈을 타 옛 상업, 한일은행 등 계파 갈등까지 고조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조병규 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 이달중으로 은행장 승계절차를 가동해야 한다. 조직 안팎의 상황이 위중하지만 영업조직을 추스르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액션 플랜' 또한 실종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