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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금융사고]책무구조도에 규제 하나 '더'…그래도 할말 없는 은행

  • 2025.03.27(목) 08:00

시중·국책은행 할 것 없이 수백억원 부당대출
내부규율보다 강한 '이행상충 방지 가이드라인'
CEO 제재 '책무구조도 1호' 나올까 노심초사

올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는 가운데 친인척 등 사적 이해관계자의 부당대출 등을 막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추가 규제가 나올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마련할 '이해상충 거래 방지 가이드라인'은 현재 은행권의 내부규율보다 강력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에서도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이 확인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노력이 부실하다는 따가운 시선에서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제결제은행(BIS) 은행감독준칙을 참고해 '이해상충 방지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검토한다.

가이드라인, 무슨 내용 담길까

가이드라인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구체적 정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은행법은 이해관계자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대주주와 그의 가족, 계열사 임원 등을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한다.

이번 IBK기업은행 부당대출처럼 퇴직직원과 배우자인 직원, 거래처, 사모임 등 사적 이해관계자의 이해상충 및 부당거래는 금융사의 내부통제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조차 '선언적 규정'에 그쳐 당사자의 신고에 의존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관련 기사: 기업은행, 배우자·직원 공모 부당대출 882억원…조직적 은폐까지(3월25일)

반면 BIS 은행감독준칙은 대주주와 임원 외 주요 직원,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족 및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요 직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연인'인 퇴직자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성문법을 따르는 국내 법의 특성상 법령에 추상적인 개념을 제시하기 어렵고, (이해상충 거래에 대해) 대주주에 대한 대출 등을 열거하는 상태로 이뤄지다 보니까 지금 같은 흠결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함께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BIS 준칙은 △이해상충 이사회 구성원은 관련 거래 승인 절차에서 배제 △이해관계자 익스포져 식별 및 보고 △이해관계자 익스포져 정기 점검 및 특정금액 초과 거래 보고 등을 정책적으로 규제하도록 한다. 모두 국내 은행법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등 이미 마련된 제도만 보면 국제적인 수준 이상"이라면서도 "처벌 없이 권고 사항에 그치다 보니 계속해서 금융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말뿐인 내부통제를 쇄신하려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관계기관과 논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더하기 규제…할 말 없는 은행

은행권으로선 올해 시작된 책무구조도에 이은 또 다른 규제 가능성이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권 내부통제 고삐를 죄어왔다. 특히 올해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서 대표이사 등 임원들은 내부통제 미이행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EO를 제재하는 책무구조도 이상의 내용이 나올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말은 가이드라인이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금융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으로서도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고개숙인 금융지주…주총서 내부통제·환골탈태 약속(3월26일)

책무구조도에 따른 제재는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은행권은 제제대상 '1호'가 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우리금융의 경우 전국 영업본부에 내부통제전문역을 추가 배치하고, 월별 정기감사를 수행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촉발한 IBK기업은행도 26일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점장 이상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대출 때마다 담당 직원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받기로 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법적 규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권유'하는 수준일지, 규제 수단으로 삼을지는 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인척 관련 대출, 퇴직자 관여 등으로 공통적으로 부당대출, 불법대출이 있어 책무구조도 시행 정착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며 "친인척 관련은 조금더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 감독당국의 룰로 할지, 은행 스스로 할지 논의를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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