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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무림家 차남 이동욱 회장, 가성비 쩌는 세습법

  • 2023.05.31(수) 07:10

[중견기업 진단] 무림②
2002, 2008년 후계자 지배기반 작업
이도균→무림SP→페이퍼→P&P 완성
無자본 우회전략으로 계열 장악력 ‘Up’

3대(代) 세습에 관한 한, 제지·펄프 중견기업 무림의 2대(代) 경영자는 신중하고 면밀했고 치밀했다. 무엇보다 우회전략을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후계자의 지배기반을 다진 가성비에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이동욱(75) 회장 얘기다.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왼쪽). 이도균 사장

3세 이도균, 21살 때 무림SP 20% 대주주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무림그룹의 지배구조는 고(故) 이무일 창업주 아들 5형제 일가가 주력 계열사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수평구조가 뼈대다. 모태기업이자 특수용지 업체 무림에스피(옛 무림제지) 80.0%, 인쇄용지 업체 무림페이퍼(옛 신무림제지) 31.83%, 백판지 업체 세하㈜(옛 세림제지) 44.01%다. 

가업을 물려받은 차남 이동욱(75) 현 회장은 무림SP와 무림페이퍼의 최대주주로서 각각 20.8%, 21.95%를 보유했다. 세하㈜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4대주주(2.33%)에 머물렀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당시 세하㈜는 3남 이동윤(73) 전 세아㈜ 회장 몫의 계열사다. 이 전 회장(18.18%)과 아들 이준석(45) 전 세하㈜ 상무(21.07%) 부자(父子)가 39.25%를 가진 대주주였다. 2014년 1월 계열 제외됐다. 

무림의 오너 이동욱 회장은 지금은 각각 무림SP 20.84%, 무림페이퍼 18.93%를 소유 중이다. 지분에는 별 변화가 없지만 두 곳 모두 1대주주 지위를 일찌감치 내준 상태다. 부인 정자경(70)씨와의 1남1녀(도균·승은) 중 장남 이도균(45) 사장의 세습 작업과 밀접하다. 즉, 이 회장의 지배기반은 약화되는 대신 후계자의 계열 장악력이 한층 레벨-업 됐다는 뜻이다.  

준비성 철저했다. 무림SP 상장 당시인 1999년 말 이 회장(20.8%) 다음으로 20.0% 지분을 갖고 있던 이가 맏아들 이 사장이다. ‘[거버넌스워치] 무림 ①편’에서 얘기했지만 이 사장의 무림 경영 입문 시기가 29살 때인 2007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보다 한참 전인 21살 때 이미 부친과 거의 대동소이한 2대주주로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이를 가업 세습의 지렛대로 삼았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속전속결. 이 사장이 틈틈이 계열사 지분을 보강하는 와중에 이 회장은 2002년과 2008년 두 단계로 나눠 장남의 지배기반을 닦는 데 부쩍 열을 올렸다.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 지배구조(1999년 말)

부친의 한 수 ‘무림SP→페이퍼’ 고리 강화

먼저 이 사장이 무림SP 지분 21.3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때가 2002년이다. 2~3월 1.37%를 2억원에 장내 매입했다. 워낙 지분 격차가 근소했던 터라 적은 액수로도 부친을 앞질렀다. 이후 20여년간 이 사장은 1대주주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무림페이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00년 6월부터 4년간 14억원에 1.74%를 사들였다. 7.64%→9.38%로 확대했다. 

다음으로 이 회장이 일을 벌였다. 사실 무림SP는 모태기업이기는 하지만 기업 볼륨이 예나 지금이나 또 다른 제지사인 무림페이퍼나 표백화학펄프 및 인쇄용지 업체 무림피앤피(옛 동해펄프)에 비할 바 못된다. 작년 매출(별도기준)만 보더라도 1520억원 vs 5460억원 vs 7310억원으로 4~5분의 1 수준이다. 

무림SP가 사업 보다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더욱 존재감을 갖게 된 것도 2002년 4월의 일이다. 이 회장이 무림페이퍼 주요주주로 있던 IFC(국제금융공사·20.22%)와 AIG펀드(14.88%)의 힘을 빌었다. 1998년 설비 증설을 위해 887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던 곳이다. 

당시 무림SP가 두 외국계 주주의 지분 15.12%를 인수했다. 매입비용도 232억원(2011년 4월 액면분할 5000원→2500원 반영 주당 4150원)이나 됐다. 무림SP의 무림페이퍼 지분이 6.96%→22.08%로 수직 상승했다.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 지배구조(현재)

개인자금 80억 썼을 뿐이지만 지배력 배가

2008년에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 6~11월 3차례에 걸쳐 장남에게 무림페이퍼 지분 3.6%를 63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 사장이 현재 12.31% 3대주주로 있는 이유다. 특히 이 회장(현재 18.93%)의 지분이 축소되다 보니 이를 계기로 무림SP(19.65%)가 이 회장을 제치고 무림페이퍼 1대주주로 부상했다.

이 사장은 결국 도합 80억원의 개인자금으로 무림SP(20.00%→21.37%)와 무림페이퍼(7.64%→12.31%) 지분을 각각 1.37%p, 4.67%p 보강했을 뿐이지만 부친이 무림SP→무림페이퍼 출자구조를 강화해 준 덕에 계열 지배력은 배가(倍加)됐다는 얘기가 된다. 

즉. 이 사장이 별도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무림페이퍼 지분 31.96%(12.31%+16.65%)를  자신의 영향권에 두게 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대물림 작업이 가성비 좋다고 달리 말 하는 게 아니다. 

참고로 이 사장의 주식인수자금 80억원 역시 별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원은 은행(62억원) 및 보험사(10억원) 등의 차입금이 대부분이다. 반면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무림SP와 무림페이퍼로부터 챙긴 배당금만 해도 100억원에 가깝다. 금융소득과 근로소득만으로도 차입 이후 빚 상환에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어찌됐든, 돈 들일 필요 없는 우회 전략은 역시 2008년 ‘빅 딜’이 있고나자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무림페이퍼가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업체 무림P&P를 1550억원을 주고 사들인 게 4월의 일이다. 사업적으로 조림→펄프→제지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춘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또한 후계승계와 결부지어 바라보게끔 만드는 요소를 갖고 있다. 

현재 이 사장(21.37%)을 정점으로 무림SP(31.96%)→무림페이퍼(66.97%)→무림P&P로 이어지는 지배체제의 완성을 촉발한 딜이어서다. 이 회장이 후계자를 수직 계열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려놓기 까지 치밀함이 엿보인다. (▶ [거버넌스워치] 무림 ③편으로 계속)

무림그룹 재무실적
무림그룹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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