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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치에서 AI까지…마이크로바이옴이 여는 미래

  • 2026.06.26(금) 07:50

김병용 건양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매년 6월 27일은 '세계 마이크로바이옴의 날(World Microbiome Day)'이다. 2018년 아일랜드의 'APC Microbiome Ireland 연구소'가 제정한 이후, 인간·동물·식물·환경의 건강을 좌우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제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과 그들이 보유한 유전정보의 총합을 의미한다. 인간의 장내에는 약 38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며 소화와 영양소 대사뿐 아니라 면역 조절, 염증 반응, 신경전달물질 생성 등 다양한 생리 기능에 관여한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이 비만, 당뇨병, 알레르기, 염증성 장질환은 물론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 주목하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지난 20여 년간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추진해 왔다. 제약기업들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식품기업들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능성 식품소재와 맞춤형 건강관리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식품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식품산업이 맛과 영양, 가공기술, 저장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은 단순히 발효식품의 건강성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건강기능을 가진 균주를 발굴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개인맞춤형 영양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장내 미생물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식품과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유전체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결합하면서 식품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은 김치와 장류를 비롯한 세계적인 발효식품 문화와 우수한 바이오 기술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특히 김치 유래 유산균 연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 전통 발효식품과 첨단 바이오·AI 기술이 융합된다면 한국은 K-Food를 넘어 K-Microbiome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마이크로바이옴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마이크로바이옴의 가치와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치에서 시작된 우리의 발효과학이 인공지능과 만나 미래 식품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김병용 건양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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