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차세대 신약 분야에서 새로운 '퍼스트 무버'로 부상하고 있다. 이중항체 약물접합체와 고형암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등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글로벌 혁신신약의 주요 발원지로 변모한 것이다.
글로벌 첫 이중항체 ADC·고형암 CAR-T 품목허가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최근 이중항체 약물접합체(ADC) 신약 '이자브렌'과 고형암 CAR-T 치료제 '사트리셀'을 승인했다. 이자브렌은 세계 최초로 허가된 이중항체 ADC이며, 사트리셀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허가된 첫 CAR-T 치료제다.
중국 쓰촨 바이오킨과 관계사 시스트이뮨이 개발한 이자브렌은 암세포의 주요 표적인 'EGFR'과 'HER3'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항체 ADC 신약이다.
이중항체 ADC는 두 가지 표적을 한 번에 인식하는 이중항체에 강력한 세포 독성 약물을 결합해, 정상 세포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는 원리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자브렌은 2023년 BMS와 선급금 8억달러를 포함해 최대 84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라이선스·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일찌감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카스젠이 개발한 고형암 CAR-T 치료제 '사트리셀'은 위암과 위식도접합부암에 주로 발현하는 클라우딘18.2를 표적하는 자가유래 CAR-T 치료제다.
기존 CAR-T 치료제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주로 혈액암을 대상으로만 상용화가 이뤄져 왔다. 사트리셀은 종양 미세환경과 표적 이질성 등의 장벽을 넘어 고형암 치료제로 허가된 세계 최초의 CAR-T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이 '세계 최초 허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중국은 2022년 면역관련 표적인 PD-1과 CTLA-4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항체 신약(카도닐리맙)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으며 이후 다양한 표적으로 조합한 이중항체 신약이 추가로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다.
막대한 투자, 규제혁신 시너지…글로벌 빅딜 릴레이
중국에서 세계 최초 승인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차세대 모달리티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 정책과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빠른 임상 데이터 축적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에서 기술이전과 CRO 중개 사업을 하는 유켐바이오의 권호영 대표는 "중국은 저분자 신약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ADC와 CAR-T, 이중항체 분야에서는 미국과 출발 시점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결과 임상 데이터와 개발 경험이 빠르게 축적됐다"고 말했다.
다수의 중국 바이오기업이 유사한 표적과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한 것도 경쟁력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 간 경쟁이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진입 속도를 높였고, 방대한 환자 기반을 활용해 확보한 데이터는 후속 후보물질 개발에 다시 활용됐다.
실제로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임상개발에 진입한 ADC와 이중항체 ADC 가운데 중국 기업에서 유래한 후보물질은 160개로, 미국과 유럽 기업 유래 후보물질을 합친 141개를 넘어섰다. 중국·미국·유럽 비교군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53.2%에 달한다.
규제당국의 지원도 한몫했다. 중국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거나 임상적 가치가 높은 치료제에 돌파구치료제 지정과 조건부 승인, 우선심사 절차를 적용해 개발사와 규제기관 간 협의를 앞당기고 심사 기간을 단축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초기 임상 효능을 확인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해외 권리를 이전하거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화이자는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와 ADC와 다중특이항체 등 12개 초기 항암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최대 10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로슈도 메디링크 테라퓨틱스와 ADC 개발을 위해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 5억7000만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도 중국의 인력과 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ADC 중심 기술 플랫폼 확보와 차세대 바이오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중국 베이징 창핑구에 100% 출자회사인 '삼성생물과기 중국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첫 해외 연구개발 거점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세계 최초 승인 사례는 단기간의 성과라기보다 지난 수년간 축적된 투자와 산업 생태계의 결과"라며 "국내 바이오기업도 중국의 연구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타깃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