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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크레딧 포인트]⑥석유에 울고 웃는 기업들

  • 2014.01.09(목) 11:37

정유·유화·화섬, 시황악화에 투자부담 겹쳐
유화업계, 중국·중동등 경쟁국 도전도 변수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원유를 정제해 얻는 마진(정제마진)의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오를 땐 휘발유, 경유, 나프타 가격이 더 크게 올라 정유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수익성도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기름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유가와 정제마진의 상관관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또 정제능력, 시설고도화 등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 유가하락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 최근 몇년간 국제유가가 큰 폭의 변동을 보였지만 정유사들의 신용등급이 꼼짝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도 정유업계의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유화)업은 공급물량 증가와 중국의 수요둔화로 빠른 업황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신평사들의 견해다. 대규모 장치산업이라 투자부담도 크다. 다만 수년간의 호황기간 동안 차입금 상환 등 재무적 대응력을 키운 곳은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이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학섬유(화섬)업은 얘기가 다르다. 신평사들은 화섬업이 비교적 높은 산업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봤다. 경쟁이 치열하고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생산량 증감에 따라 업체별 실적이 좌우되는 등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 정유·유화·화섬업 체크리스트

①정제마진 : 국제유가가 큰 폭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회복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제마진이 줄어 정유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더라도 채무상환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아니라면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신평사들은 정제마진의 3~5년 평균추이를 본다. 따라서 당장의 정제마진 하락만으로 신용등급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제마진 하락추세와 투자부담이 겹칠 때는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②설비투자 : 정유나 유화업은 대규모 투자를 특징으로 한다. 현재 SK인천석유화학은 1조6000억원을 들여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영석유가스회사와 함께 총사업비 약 39억2000만달러 규모의 수르길 가스전 건설·운영사업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2조2000억원의 신·증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은 최근 외촉법(외국인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PX공장 증설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③중국 : 유화업계는 2009~2011년 중국 고성장 덕에, 유래없는 호황을 누렸다. 국내 유화업계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소화된다. 이러한 중국 의존도가 지금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근 유화업계의 실적부진은 버팀목이었던 중국의 성장둔화 탓이 크다. 중국은 설비 신증설에도 적극 나서 2000년대 초 50% 내외였던 유화제품 자급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의 생산능력 확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의 공세도 만만치않아 유화업계의 사업환경이 우호적이진 않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화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화학섬유의 최대 생산국으로 중국의 생산능력에 따라 전세계 화섬시장이 출렁인다. 현재 신평사들은 유화 및 화섬업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경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 주요기업 크레딧포인트

①SK에너지 : 지난해 인천공장(SK인천석유화학) 분할로 생산규모가 축소됐으나 신용등급에 큰 영향은 없었다. 인천공장은 설비가동률이 낮고 수익성도 떨어져 분할해도 SK에너지의 채무상환능력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현재 1조6000억원을 들여 PX 생산공장을 증설 중이다. 증설공사는 90% 이상 진행된 상태로 올해 4월 시운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천 서구청이 "공사 전면 중단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PX공장 가동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SK에너지는 분할 당시 SK인천석유화학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했다.

②LG화학 : 국내 최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은 신용등급이 AAA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후보였다. AAA 등급은 공기업이나 은행, 통신회사 등 채무상환능력이 가장 높은 기업에 부여된다. 신평사들은 2011년 말부터 AA+ 등급인 LG화학에 '긍정적' 등급전망을 매겨놓고 1~2년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유화업계에 불어닥친 실적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LG화학은 2011년 2조80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1조9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결국 신평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들은 지난해 6월 LG화학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앞으로 1~2년간 등급이 오르긴 어렵다고 선언한 셈이다.  

③롯데케미칼 : 합성수지 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이 국내 1위다.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기업 타이탄을 포함하면 아시아 2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산 에틸렌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중국시장내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외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또 인수합병과 증설로 지난 2009년 8000억원 정도였던 총차입금이 지난해 9월말에는 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④효성 :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효성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인수합병으로 2010년 4조원대였던 총차입금이 6조원대로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말 국세청이 부과한 추징금 3652억원을 납부하면서 재무부담이 일시적으로 커진데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조석래 회장은 현재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그룹의 리스크가 달라진 셈이다.

⑤웅진케미칼 : 대주주가 웅진홀딩스에서 일본계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로 바뀌면서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도레이그룹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11월 웅진홀딩스의 지분 56.2%를 4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신평사들은 도레이첨단소재가 웅진케미칼과 사업적 연관성이 높고 재무안정성도 우수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웅진케미칼 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 기업별 신용등급 변화 (2013년)

■정유업
SK에너지 AA+ → AA+
GS칼텍스 AA+ → AA+
에쓰오일 AA+ → AA+
현대오일뱅크 AA- → AA-

■석유화학업
LG화학 AA+ → AA+
롯데케미칼 AA+ → AA+
SK종합화학 AA → AA
삼성토탈 AA → AA
한화케미칼 A+ → A+
여천NCC A+ → A+
SKC A → A
금호석유화학 A- → A-
금호피앤비화학 A- → A-
대한유화공업 A- → A-


■화학섬유업
효성 A+ → A
코오롱인더스트리 A- → A-
웅진케미칼 BBB+→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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