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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JOB]③'스펙 안보자니'..기업들도 고민

  • 2014.03.26(수) 10:08

삼성, 개선안 검토..현대차, 인문계 공채 폐지
수시채용·인턴 등 확대 전망

<글 싣는 순서>
①취준생의 하루..'高3으로 돌아왔다'
②'열정'..또 하나의 스펙일 뿐
③'스펙 안보자니'..기업들도 고민
④취업설명회 '냉탕과 열탕 사이'
⑤"놀며 배우며 취업하자"
⑥"취업 아닌 직무에 열정 보여라"
⑦이력 허위기재, 꼼짝마!
⑧사진으로 만난 취준생의 꿈

 

'SSAT 불패노트 ㅇ일 완성반' 'ㅇㅇㅇㅇ명이 다녀간 주말 특강'

 

취업준비 학원들이 바빠지고 있다. 삼성의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됐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이 4월13일로 공지됐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SSAT를 검색하면 학원들의 광고가 줄을 선다.

 

지난해 상·하반기 삼성 공채에 지원한 취업준비생들은 대략 20만명. 이들중 상당수는 전문학원에서 수십 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강의를 듣는다. 지방에서 시험장을 잡지 못할 경우 서울로 올라와 시험을 봐야 한다.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삼성도 고민이 많다. 이같은 현상을 해소할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대학총장 추천제 등 한 차례 시도했던 변화는 반대에 부딪혔고, 별 수 없이 다시 이전의 채용방식으로 돌아왔다. 구체적인 스펙을 보지 않고 채용에 나서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삼성그룹 채용사이트 이미지

 

◇ 삼성의 '착오'·현대차의 '실험'

 

삼성은 올해 공채를 앞두고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학총장 추천제다. 연간 수십 만명이 지원하는 기존 채용방식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대학 총장에게 추천권을 주고, 서류전형도 부활할 계획이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한 논란에 휘말리며 이를 유보시켰다. 삼성은 일단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는 이전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개선안을 다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채용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지난해 길거리 캐스팅 방식인 'The H 캐스팅'을 실시하고, 인적성 시험에서 '역사 에세이'를 포함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 인문계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경력사원이 아닌 대졸 신입사원을 수시모집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상반기 공채는 이공계 중심으로 진행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채용실험이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인문계 수시채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중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학력이나 학점, 외국어 점수를 보지 않는 '바이킹챌린지'를 도입했다. 올해도 이 프로그램을 유지한다. 직무적성검사 역시 변화시켰다. 한화도 역시 작년부터 인적성검사를 없앴다. 많은 기업들이 인적성 검사를 없애고 서류에서 학점이나 외국어 성적의 가중치를 낮추고 있다.

 

 

◇ '스펙 안보자니…'

 

이 가운데 기업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그동안의 방식을 대체할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당초 서류전형을 부활시키며 가장 강조했던 것은 숫자로 표시되는 학점이나 어학점수가 아닌, 그동안의 세부적인 학업내역과 준비과정, 가치관 평가를 위한 에세이 등이었다.

 

삼성이나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연간 한 두 차례 실시되는 공개채용을 준비하기 위해 구직자들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또 그동안 획일화 된 기준을 통해 선발된 직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은 이미 변별력을 잃었고, 면접 역시 해당 대기업에 특화된 학원 강의가 있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입사한 직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내부에서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상위권 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사전형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채용과정에서는 출신학교 외에 학점이나 외국어 점수보다는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생들이 실제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 수시채용 확산될까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이 수시채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점점 다양한 인재들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개채용 방식보다는 필요한 분야의 인력을 시점에 맞춰 채용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때문이다.

 

또 인턴이나 산학협력 등을 확대해 해당 기업과 취업 준비생과의 간극을 좁히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CJ 등 일부 기업들이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멘토링 행사를 개최하거나, 취업정보 사이트를 만들어 구직자들에게 과거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 역시 양측의 간극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시채용 역시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고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도입한 길거리 캐스팅을 올해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길거리 캐스팅은 새벽시간에 버스나 도서관 등에서 채용에 나서는 방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시채용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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