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4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재계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한정된 시장을 놓고 벌인 기업들간 경쟁은 물론 신변에 변화가 생긴 총수들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경기 침체의 골은 더 깊어졌다. 재계의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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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에도 재계의 이목은 삼성의 변화에 집중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업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은 패션사업과 회사이름은 에버랜드로, 전자재료사업은 삼성SDI로 뿔뿔이 흩어졌다.
특히 오랜기간 가능성이 제기되던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도 약 한달 간의 시차를 두고 결정됐다. 이런 일련의 결정을 두고, 삼성은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 숨가뿐 변화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매각,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업 인수, 삼성코닝정밀소재 매각 등 사업조정을 거친 삼성은 올들어 변화 속도를 더욱 높였다.
3월말 삼성SDI가 제일모직 전자재료사업 합병 결정을 내렸다. 7월1일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연매출 10조원, 자산 15조원 규모의 거대 부품·소재 계열사가 생기게 됐다. 삼성SDI는 디스플레이사업을 접고, 소재와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새운 상태다. 오는 2020년 매출을 29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삼성SDI의 합병이 발표된 지 며칠만에 화학사업의 정리도 시작됐다.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관련사업의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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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었다. 이들 회사는 삼성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만큼 오랜기간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었고, 삼성은 이를 부인해 왔었다.
하지만 5월초 삼성SDS가 상장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에버랜드 역시 6월초 상장을 공식화했다. 삼성SDS는 상장추진과 관련, 해외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ICT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지난해부터 재편된 사업부문들의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4일 주주총회에서 사명도 제일모직으로 변경한다.
금융계열사들과 얽혀있던 지분의 정리도 동시에 진행됐다. 제조분야 계열사들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소수지분은 대부분 처분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 교통정리도 이뤄진 상태다.
◇ 지배구조는?
삼성의 사업재편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곧 이들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올해 안에,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1분기 상장이 목표다. 이들 회사의 상장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은 적지않은 자금을 동원하거나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회사의 상장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적어도 2조~3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부회장 등 3세 승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입원중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반기에도 삼성의 변화가 계속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전자계열과 금융계열의 사업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결정된 만큼 다음 변화는 건설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에버랜드 건설사업으로 나눠져 있는 현재 구도에 손을 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주요 계열사들과의 지분관계가 있는 만큼 지배구조 변화와도 얽혀있다. 앞으로 삼성물산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