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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SK]①'복지부동'에 행복날개 꺾인다

  • 2014.07.10(목) 16:00

최태원 회장 수감..오너십 공백 장기화

그룹 오너의 공백이 현실화된 SK그룹이 무기력증세를 보이고 있다.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안 되는 일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경영인들로 집단경영체제를 꾸려 총수 부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있지만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수비 축구'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업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SK그룹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SK그룹의 어두웠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변화는 물론 장기간 오너십 부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집행유예 판결에 이어 정부의 대사면을 받고서야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수감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SK그룹은 다시 오너십 부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또 오너 공백

 

"SK그룹이 제일 답답하지 않을까요?"

 

SK그룹,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자산총액 기준 5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상위 5개사 안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재계순위로는 삼성, 현대차에 이어 3위다.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총액은 4월 기준 145조1710억원에 달한다.

 

정유와 화학, 텔레콤, 반도체 등을 주력사업으로 가지고 있는 SK그룹은 외형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그룹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인정되며 각각 4년과 3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수감된 상태다. 그동안의 수감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2년 넘게 최태원 회장의 공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당시 집행유예에 이은 대사면을 통해 복귀한 최 회장이 몇년 지나지 않아 다시 계열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수감된 만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 회장의 혐의는 계열사 정상화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결정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였고, 그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도 사실상 무시됐기 때문이다.

 

일단 SK그룹은 최 회장의 장기공백에 대해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위원회 체제의 한계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 최태원 회장(사진 왼쪽), 최재원 수석부회장

 

◇ '회장님도 안계시는데..'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룹의 총수가 수감중이고, 주력 계열사들이 처한 상황 역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이전 그룹의 양대축이었던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실적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 회장 공백 이후 계열사 사장들이 경비절감 등 과도한 '마른수건 짜기'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복지부동이 최선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SK 한 계열사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임에도 분위기상 채용이 미뤄지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있지만 정작 임원들 사이에서는 '회장님도 안계시는데 괜히 일을 벌이지 말자'는 인식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그룹의 위기를 초래했던 인사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물론 당시 재무라인 임원들이 아직도 SK네트웍스, SK건설, SK C&C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나 요직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전 사건 이후로 지배구조 등 외형적인 부분은 변했을지 몰라도 내부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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