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파라자일렌(PX) 증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적 실리로만 따지면 증설을 늦추는 게 맞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관련 법을 통과시킨 것이어서 증설을 연기할 경우 자칫 정치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12년 해외 기업과의 합작(일본 쇼와웰 및 타이요오일과 각각 5000억원씩 1조원 투자)을 통해 기존의 여수 PX공장 내에 100만톤 규모의 증설을 계획했지만 공정거래법 상 규제에 막혀왔다.
이 규제를 풀기 위해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작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10그룹 총수 오찬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외기업과 합작투자를 할 수 있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체제에서 종손회사를 만들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돼 있는데, 외촉법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에 한해서는 100% 지분 룰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게 요지다.
올해 초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GS칼텍스는 PX공장 증설이 가능해졌다.
◇ 증설은 가능해졌지만...
하지만 일이 꼬였다. PX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증설을 추진했던 2012년만 해도 공급 부족 상태였는데 최근 1~2년새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 PX 생산시설 규모는 564만톤, 올초 현대코스모의 100만톤의 더해져 7월 기준 644만톤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들어 삼성토탈(100만톤)과 SK종합화학(울산 100만톤, 인천 130만톤)이 신규 시설 가동을 시작해 현재는 종전보다 330만톤 증가한 974만톤 규모에 달한다. GS칼텍스가 여수 PX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하고, 착공에 들어가면 약 2년 후엔 1074만톤이 된다.
▲ 자료: 한국석유화학협회 |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의 PX 생산시설이 급증하자 공급 과잉에 따라 PX가격이 급락했다. 지난 15일 기준 파라자일렌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8.3% 하락한 톤당 1377달러다.
이로 인해 PX 시장은 향후 2~3년 동안은 성장 가능성이 낮은 레드오션(Red Ocean)이 돼버렸다. GS칼텍스의 증설 포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국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가 PX시장 상황을 오판하면서 증설 타이밍을 놓쳤다”며 "GS칼텍스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정작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증설 포기도 어렵다
하지만 증설 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촉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우선 처리 법안으로 밀어줬던 것으로, 통과 당시 GS는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 중 하나로 꼽혔다. 이 때문에 GS칼텍스의 투자가 지연되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외촉법이 통과됐지만 GS가 투자를 안하고 있다"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추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소극적인 태도가 코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 때 정치권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며 "GS칼텍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GS칼텍스 관계자는 "법안 통과 후 기본설계와 공장부지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상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공장 착공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MOU 기한이 내년 3월까지이고, 1조원 규모의 투자인 만큼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