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야심작 LF쏘나타의 판매량이 급전직하다. 예상과는 정반대다. 현대차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LF쏘나타는 수입차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구원해줄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량은 매월 급감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에는 월 4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출시 첫 달 1만2000대에 육박하던 판매량은 불과 6개월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 월 4000대 수준으로 '급감'
지난 9월 쏘나타의 판매량은 총 8287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7000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9월에는 8000대 수준으로 회복했다. 노조의 부분파업과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가장 힘이 된 것은 택시다. 현대차는 지난 9월부터 LF쏘나타 택시모델을 선보였다.
여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다.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성장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여기에 현대차의 고민이 있다. 현대차가 발표하는 쏘나타 판매대수는 LF소나타만의 수치가 아니다.
현대차의 쏘나타 판매량에는 지난 4월 본격 출시된 7세대 LF쏘나타 뿐만 아니라 구형인 6세대 YF쏘나타와 YF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 대수가 포함돼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는 LF소나타 택시 판매량도 함께 들어가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수치다.
지난 9월 순수 LF쏘나타 판매량은 4353대에 그쳤다. LF소나타 택시 모델 2508대, YF쏘나타(주로 택시 모델이다) 1064대, YF쏘나타 하이브리드 362대 등이다.
지난 4월 본격 출시 이후 순수 LF쏘나타 판매량은 매월 크게 감소하고 있다. 4월과 5월 월 1만대를 넘어섰던 판매량은 6월과 7월 월 6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5000대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결국 지난 8월 현대차는 당초 'LF쏘나타는 택시모델을 선보이지 않겠다'는 선언을 뒤집고 택시모델 출시를 발표했다. 판매량 급감에 따른 '고육책'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9월 LF쏘나타의 판매량은 더 줄어들었다.
◇ '때를 잘못 만난' LF쏘나타
LF쏘나타는 현대차가 3년간 총 4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야심작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작년 내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에 밀려 고전하던 현대차다. LF쏘나타가 출시되기를 누구보다도 기다렸다.
실제로 출시 후 두달 가량 LF쏘나타는 '과연 쏘나타'라는 말이 통할 만큼 인기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LF쏘나타의 인기는 통상적인 신차효과 기간인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외면이 생각보다 빨랐다. 현대차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LF쏘나타의 '신차 효과 조기 소멸'과 관련해, 현대차는 "중형 세단 신차의 판매가 월 1만대 이상이면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월 4000대 수준까지 떨어진 현 시점에서 현대차의 주장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 도요타는 올해 말 국내 시장에 신형 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등에서는 도요타가 신형 캠리의 가격을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수입차에 비해 그나마 우위를 점해왔던 가격 경쟁력조차 소멸되게 된다. 이는 곧 신형 캠리와 최대 경쟁 모델인 LF쏘나타 판매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업계에서는 LF쏘나타의 판매 급감 이유에 대해 현대차의 내수 시장 지위가 예전같지 않은 것을 꼽고 있다. 과거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 출시하는 족족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중형차 시장에서는 쏘나타만한 차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쏘나타 이외에도 눈 돌릴 곳이 많아졌다. 수입차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현대차가 수입차 대비 강점으로 꼽혔던 가격경쟁력도 사라질 판국이다. 도요타는 올 연말 신형 캠리를 LF쏘나타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지난 상반기 70%를 하회했다는 것은 현대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소비자들에게 이제 현대차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 깊어지는 현대차의 고민
현대차가 LF쏘나타 택시 카드를 뽑아든 것은 'LF쏘나타 판매 확대' 때문이다. 택시 모델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택시 1대당 하루에 수십명이 이용한다. 간접적으로 LF쏘나타를 경험할 수 있다. 택시 기사들의 '입소문'도 무시 못할 요소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LF쏘나타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출시 첫 달인 지난 9월 LF소나타 택시는 2508대가 판매됐다. YF쏘나타 택시의 경우 월 평균 2500~3000대 가량 판매됐다. 이를 감안하면 LF쏘나타 택시의 첫 달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LF쏘나타의 판매가 줄고 그만큼을 택시가 가져갔다는 점이다. 택시 판매 확대는 현대차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택시모델은 일반 세단 모델에 비해 마진율이 낮다.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가 LF쏘나타 택시를 내놓은 것은 LF쏘나타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파이는 그대로이고 내용만 바뀌었다.
지난 9월 쏘나타 판매량은 기존 LF쏘나타 판매량에 택시 판매량이 더해진 수준에 그쳤다. 물론 지난 9월은 택시 모델이 처음으로 선보인 시기다. 노조의 부분파업과 추석연휴 등의 요인도 있었다. 좀 더 지켜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현재의 LF쏘나타 판매 부진 속도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간이 갈수록 수입차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현대차가 이달 말 출시하는 '아슬란'도 LF쏘나타 판매 감소를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 기아차도 내년 K5 후속모델을 선보인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이다. 비록 LF쏘나타와 차급이 다르지만 일정부분 LF쏘나타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LF쏘나타의 인기가 점점 눈에 띄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높은 차급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LF쏘나타의 실패를 언급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추세는 LF쏘나타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차로서는 이제 마케팅 등에서 획기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조만간 '실패론'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