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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CFO를 CEO로 선임한 까닭은?

  • 2014.11.04(화) 09:54

박한우 재경본부장 사장 승진..수익성 확보

기아차가 재무라인 출신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올들어 현대차그룹은 재무라인들이 대거 계열사의 수장으로 올라서고 있다. 더 이상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망스런 실적을 거뒀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으로 작년대비 손실폭이 커졌다.

 

◇ 뚝뚝 떨어지는 영업이익률

 

기아차는 지난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9% 감소한 11조414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6% 줄어든 5666억원, 당기순익도 전년대비 27.2%나 감소한 657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판매는 늘었다. 3분기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13.0% 증가한 71만1833대를 기록했다. 국내 공장 뿐만 아니라 해외 공장까지 모두 판매는 증가세를 보였다. 결국 많이 팔고 적게 남긴 장사를 했다.



1~3분기 누적 실적도 마찬가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2%, 18.0% 줄었다. 당기순익도 10.8% 감소했다. 반면 판매는 전년대비 8.8% 증가한 225만8956대를 기록했다.
 
판매는 늘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현상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 변화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3분기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5.0%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4분기 3.6%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문제는 계속 하향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한때 9.8%까지 치고올라갔다. 2012년 한해 영업이익률은 7.4%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3년 6.6%로 떨어지더니 올해 1~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5.9%를 기록했다. 매년 약 1%포인트씩 떨어진 셈이다.
 
◇ 재무라인으로 수장 교체, 의미는?
 
기아차는 지난달 말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2011년부터 기아차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이삼웅 사장이 물러났다. 그 자리에 기아차 CFO였던 박한우 사장이 선임됐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부사장(재경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기아차는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상태였다. 따라서 실적 관리에 책임이 있는 재경본부장의 사장 승진은 파격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재무라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기아차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이원희 현대차 부사장(재경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6월 강학서 부사장(재무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표이사를 맡겼다.
 
▲ 현대차그룹은 최근 각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라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원희 현대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현대차그룹이 재무라인들을 중용하는 것은 그룹 전반의 실적과 재무 등 이른바 '숫자 관리'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율 하락 등으로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다. 따라서 내실을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또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위해 재무라인들을 전진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CFO가 수장이 되는 경우는 내실을 강화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며 "기아차의 이번 인사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후계 구도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해외생산 확대·내수 회복이 관건
 
기아차의 지난 3분기 수익성 악화의 주범은 환율과 노조 파업이다. 기아차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지난 3분기 달러-원 평균 환율은 전년대비 66원 하락했다. 수출기업 기아차에게는 커다란 악재였다.
 
여기에 노조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총 96시간의 파업을 벌였다. 작년 44시간 파업을 벌였던 것에 비해 2배 이상의 시간을 파업으로 보냈다. 생산차질 대수도 3만2142대에 달했다. 이는 최악의 파업으로 기록됐던 지난 2012년의 2만1413대보다도 많은 수치다.
 
노조의 파업은 고스란히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야심차게 출시한 '올 뉴 쏘렌토'와 '올 뉴 카니발'의 신차효과 마저 파업의 그늘에 가렸다. 계약대수는 1만대가 넘었지만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실제 고객에게 인도된 것은 3분의 1수준이었다.
 

기아차는 내년 초 K5 신형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2010년 K5를 처음 선보이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한다. 신임 박 사장의 임무는 더 이상의 수익성 악화를 막고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선결과제는 환율 리스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다. 4분기에는 환율 하락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낮다. 환율 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해외 비중이 전체의 40%대인 만큼 내수가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해외 물량 확대와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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