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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CEO의 비결]②최지성의 힘 '1등 DNA'

  • 2015.04.17(금) 08:07

2004년 사장 취임이후 TV, 휴대폰 1위 이끌어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 퇴직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오래 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단어들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입사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직장에서 20년 가량을 근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최고경영진 자리에만 10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장수 CEO'다. 그들의 비결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맡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에 대한 수식어는 많다. '독일병정', '디지털 보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독하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만으로 지금의 최 부회장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최 부회장이 그룹내 2인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 역할을 맡았고, 결국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처음 사장으로 승진한 최 부회장이 맡은 분야는 TV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총괄. 당시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을 필두로 반도체를 맡고 있던 황창규 사장, 정보통신 담당인 이기태 사장 등 이른바 스타CEO가 즐비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사업은 일류 반열에 오른 상태가 아니었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은 없었다. TV는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휴대폰은 노키아 세상이었다. 글로벌시장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소니와 노키아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맡은 TV사업에서부터 삼성전자의 반격은 시작된다. 최 부회장이 지휘 아래 내놓은 '보르도TV'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된다. 2006년 세계 TV 시장 1위를 처음 차지한 삼성전자 TV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자리를 지켰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TV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은 최 부회장은 2007년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에 밀려 있던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키우라는 특명을 받은 것. 그해 말 삼성전자는 모토로라를 추월하고 휴대폰 시장 2위로 올라선다.

 

노키아와의 격차를 줄여가던 삼성은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결국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다.

 

최 부회장은 TV와 휴대폰 등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 사장,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으며 이같은 성과를 이끌었다. TV와 휴대폰의 성공에 힘입어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기업이 됐다.

 

최 부회장은 2012년6월 미래전략실을 맡으며 명실상부한 그룹내 2인자가 됐다. 강원도 삼척,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인 그는 지연이나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다. 동문회에도 나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로지 성과로 말한다.

 

최 부회장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다. 아랫사람들이 모시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일화도 있다. 삼성 사장단이나 임원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6시30분이다. 최 부회장의 출근시간에 맞춰 당겨졌다. 한번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 협의회에서 모 계열사 대표이사가 출근시간 조정을 건의했다.

 

최 부회장의 답은 "그럼 (건의한 그 대표이사만) 늦게 나오세요"였다고 한다. 그 이후 더 이상 출근시간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 최 부회장은 요즘도 오전 6시30분 이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삼성전자 한 전직 임원은 최 부회장에 대해 "장소나 시간을 불문하고 지시후 일정시간 내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내용이 성에 차지 않을 경우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지만 TV와 휴대폰 등 사업부를 맡고 있던 당시 이공계 임원들보다 더 박식했다"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실무자를 직접 호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직 임원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라며 "일하는 모습은 독하다는 표현 외에는 다른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이 결국 지금까지 맡았던 사업에서 1등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현재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삼성을 포함해 대부분 기업에는 '독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CEO나 임원 등 경영진으로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독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최 부회장은 항상 '1등'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1등을 가능케 하는 능력, 이른바 '1등 DNA'. 이것이 바로 최 부회장이 가진 장수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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